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설

[사설] 양회 이후 중국 시장이 한국 기업들에 던질 기회와 위협

입력 : 
2020-05-25 00:03:01

글자크기 설정

중국이 지난주 개막한 양회(전인대·정협)에서 7조2500억위안(약 1250조원) 규모의 부양 패키지를 담은 '중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특별 국채 1조위안 발행과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3조7500억위안 발행, 대규모 감세 등으로 돈을 풀어 이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신기술 개발, 고용 안정, 민생과 소비 확대 등 각종 경기 활성화 프로젝트에 쓰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고강도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은 경제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1분기 중국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6.8%)했다.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고전하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발병과 확산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중국이 매년 양회 개막과 함께 발표했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한 이유도 전망치가 의미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강도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리지만 바로 중국 경제가 회복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이 깊어지며 당분간 대외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고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 내수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성장률을 1%대로 낮춘 것도 이런 불안 요인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생산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슈퍼 부양책이 2분기 이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양회 이후 중국 시장은 우리 기업들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던져줄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압박에 대응해 양회 이후 퍼부을 돈이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쓰인다면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중국 내수가 회복되면 자동차 등 완제품 수출에는 청신호가 켜진다. 우리로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급격하게 분절될 것에 대비해 중간재 수출에 의존하기보다는 소비재의 부가가치와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중국 투자도 가공무역을 위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넘어 중국 내수를 겨냥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 진화해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