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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경련 찾은 여당, 시늉만 말고 기업인 목소리 제대로 듣길

입력 : 
2019-09-26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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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어제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찾았다. 이 자리에는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여당 의원들은 세계 경제 위축과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동시다발로 몰려오는 악재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동안 여권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전경련을 배제했다. 하지만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전경련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데 듣는 시늉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동향에 따르면 세계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6%나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수출은 20% 넘는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 확실시된다. 투자와 소비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는 기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국내 기업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1분기 2.4%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뒷걸음질 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7.7%에서 5.2%로 하락했고, 차입금 의존도는 22.8%에서 24.1%로 상승했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모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여권은 법인세를 올리고,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기업을 옥죄려 하고 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기업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어제 만남에서 기업인들은 이런 고충을 토로했고, 여당 의원들은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는데 립서비스에 그쳐선 곤란하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낡은 규제를 없애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기득권에 막힌 신산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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