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금융빅뱅] 23년만의 ‘뉴 뱅크’… 금융산업 DNA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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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이 윤곽을 드러냈다. 사회 각 분야에 변화와 혁신을 불러온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장 보수적인 산업이라는 금융 분야에서도 빅뱅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ICT의 DNA가 금융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칸막이도 허물어지고 있다. 금융산업의 격변이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1만원짜리 지폐나 500원짜리 동전을 마지막으로 만져본 게 언제인지. 이미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월급은 명세서에 찍히는 숫자나 스마트폰에 떠오르는 결제 금액으로 대체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여기에 더해 당신의 얼굴마저 은행 아이디나 페이스북 계정으로 대체해버릴 태세다.


1일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3개 컨소시엄이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위한 서류 접수를 마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인터넷은행 인가 절차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 중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출범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도 핀테크(Finance+Technology)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핀테크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은행 송금이나 컴퓨터로 주식 거래를 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물론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도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금융서비스가 금융회사 창구를 찾아가야 할 일을 간단하게 만들어줬다면 인터넷은행은 금융산업의 체질을 바꿔줄 혁신 유전자를 심어줄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기대다.

사실 한국 금융계는 HTS 도입과 스마트폰 뱅킹에서는 앞서 갔지만 핀테크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수수료 수입이 줄어 고민하고 있다. 은행은 직원을 줄이고 있고, 해킹과 정보유출 등 각종 보안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를 포기하고 미래에셋증권이 인터넷 분야보다는 대우증권 인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무엇 때문이겠느냐”며 “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 해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설사 뒤처진다 해도 후발 금융업체들이 나중에 따라가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다르다. 핀테크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일자리도 늘고 있다. 글로벌컨설팅업체 액센추어에 따르면 전 세계 핀테크 산업 투자규모는 2008년에서 2013년까지 연간 26% 수준으로 성장해 400만 달러 규모까지 커졌다. 지난해에는 1년 만에 규모가 무려 3배가량 급증해 단숨에 1200만 달러를 넘었다.

영국 정부는 201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ICT 집약지를 건설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중심지인 런던 시티에 이른바 ‘테크 시티’를 설립했다. 테크 시티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크레딧 스위스 등이 함께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 범유럽 스타트업 지원업체 ‘스타트업부트캠프 핀테크’가 설립됐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평판으로 신용도를 평가하거나 웹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정학적 위험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기존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옮겨만 오는 차원이 아니라 금융산업을 발상부터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던 아일랜드 정부도 핀테크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2020년까지 핀테크 산업을 통해 금융서비스 관련 일자리를 1만개 이상 창출한다는 목표다. 중국도 한국을 앞서 나가고 있다. 서울의 명동 지하철역은 알리페이의 중국어 광고가 뒤덮고 있다.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 유커가 한국의 은행이나 카드회사를 경유할 필요 없이 중국 핀테크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려면 인터넷은행의 주도권을 기존의 금융회사가 아닌 ICT업체가 가져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은행에 시중은행의 지분 참여는 허용했지만 기존의 관행을 파괴하는 혁신을 일으키려면 ICT업체가 경영을 주도해야 한다”면서 “시장은 누군가 선도적으로 움직여야만 변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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