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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자리 대란 와중에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한 한국노총

입력 : 
2020-04-03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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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상생의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은 어제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노동이사제 도입과 원·하도급 관계 개선 시스템 구축, 임원 임금 노동자 2배 이내 책정, 현대차 추천 이사 배제,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은 것에 반발해 불참하기로 한 것이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노동계가 빠지면 광주시와 현대차, 한국노총이 노사 상생 정신을 바탕으로 자동차 공장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설립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했던 취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광주뿐만 아니라 대구와 부산, 구미, 울산, 군산 등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일자리 대란이 예상되는 위기 상황에 나온 한국노총의 협약 파기 선언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월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별 노동력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코로나19 영향이 크지 않았던 2월이 이 정도였으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3월 이후에는 상황이 훨씬 나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3월부터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폭증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해 1월 열린 협약 조인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혁신적 고용국가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운 사업이다. 노동계가 적정 임금을 수용하는 대신 기업은 투자를 늘려 신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골자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우리 제조업을 살릴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기대도 컸다. 이처럼 명분과 실리가 분명하고 지난해 12월 공장 착공에 들어간 마당에 협약을 파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파기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노사 상생'의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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