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00회 맞은 ‘수요시위’, 집회 넘어 세계 인권의 상징으로

2019.08.13 20:31 입력 2019.08.13 20:34 수정

14일은 1992년 시작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시위)’가 1400번째를 맞이하는 날이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리는 수요시위는 28년째를 지나며 ‘지구상에서 가장 긴 시위’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991년 8월14일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일본에 맞서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던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수요시위의 도화선이었다. 오늘은 특히 한·일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1400번째 시위가 열리는 데다 김 할머니의 증언을 기려 지난해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1400차 수요시위는 서울을 비롯해 호주·영국·일본 등 10개국 34개 도시에서 함께 열린다. 90분간의 행사에서는 각국의 연대성명 발표와 영상메시지 상영, 세계 연대 집회 현장연결도 진행될 예정이다.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들이 1400차 수요시위에 함께하는 모습을 담은 대형 걸개그림과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사진전시회도 열린다.

수요시위의 요구사항은 일본 정부의 범죄 인정과 공식 사죄, 역사교육, 법적 배상 등이다. 애초 30명 남짓으로 시작된 시위는 2002년 500회, 2011년 1000회를 돌파했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들의 호소는 나라를 움직였고, 나아가 세계를 바꿨다. 수요시위에 용기를 얻은 아시아 각국 피해자들이 ‘미투(Me Too)’ 대열에 동참했고, 유럽에서도 그 뒤를 따랐다. 국제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측면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성폭력이자, 전쟁범죄라고 거듭 규정했다. 수요시위는 과거를 지우고 부정하려는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고, 고발했다.

스스로를 ‘떳떳지 못한 몸’이라 여기던 피해자 할머니들은 수요시위를 통해 역사 속에서 걸어나와 시민들에게 용기와 인권, 평화를 몸소 가르쳤다. 이제 수요시위는 단순한 시위를 넘어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연대하는 인권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별세한 후에는 직접적인 사죄와 반성의 기회조차 사라진다는 사실을, 국제무대에서 평화와 인권,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무겁게 깨달아야 한다. “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부끄러운 것임을 깨달았다”는 할머니들의 외침을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