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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편의점 풀타임 일자리 4만개 날려버린 최저임금 정책

입력 : 
2019-12-05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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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정부 요청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한 점포당 일자리는 5명으로 그 전해 5.8명보다 0.8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주일에 3~4일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일자리는 점포당 2.3명에서 1.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전체 점포 수에 대입하면 2018년 편의점 풀타임 일자리는 4만2296개로 2017년 8만4695개에 비해 4만2000명 넘게 감소했다는 계산이다. 같은 기간 시간 단위 임시직 일자리는 2만1074개 늘어 전체 편의점 일자리는 2만1000명가량 줄었다.

2018년은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던 해이고 편의점은 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업장이다. 요컨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전체 편의점 고용 규모가 준 것은 물론 풀타임 일자리가 임시직으로 대체되는 고용의 질 악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10.9% 오른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은 되풀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은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들고나온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 쪽에서 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올해 5월 고용노동부 용역 보고서가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는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지만 한계선상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고 이 문제를 잠시 언급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여러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부작용을 지나가듯 덧붙이는 것은 이 정부 당국자들의 일관된 논법이다.

그러나 편의점 일자리 감소야말로 최저임금 정책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정부는 한계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일부 부작용처럼 거론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그 한계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최저임금 인상의 덕을 한계근로자가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가 본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 임금의 64.5% 수준으로 미국(32.2%) 일본(42.1%) 독일(47.2%)에 비할 수 없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평균임금이 올라갔지만 한계근로자 일자리가 없어졌다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최저임금과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참으로 역설적인 불평등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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