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이 우선이라고 밝혀온 교육부 입장을 뒤집은 발언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을 거론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으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 문제를 개혁하려는 의지와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당정 협의도 없이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지시하고, 교육부가 돌연 "정시 확대 방안을 대입개편안에 담아 다음달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은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비율을 30%까지 늘리기로 결정하고 올 8월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월 문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 지시에도 '정시 30%룰'을 고수해왔다. 21일 국정감사에서도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시 확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런데 대통령 한마디에 1년 전 결정한 대입정책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선발비율은 77.3%로 과도하게 높은 게 사실이다. 조국 사태로 '깜깜이 전형' 학종이 일부 특권층의 학벌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드러나면서 정시 확대 요구는 더 거세졌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해서는 곤란하다. 교육을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것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육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시 확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등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 정부의 교육철학이 뭔지 의심하게 만든다. 당장 현재 고1이 치를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수 있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권마다 입맛에 따라 대입제도를 흔들면서 교육현장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을 입시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장기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상세
사설
[사설] 대통령 한마디에 대입정책 오락가락해도 되나
- 입력 :
- 2019-10-24 00:01:01
- 수정 :
- 2019-10-28 11:03:33
인기뉴스
2024-04-20 10:09 기준
-
1
“이대로 가면 다 죽어”...중국 대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는데
2024-04-19 10:27:53
-
2
“혼인 기간 다른 남자와 동거”…‘계곡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 결혼 무효
2024-04-19 21:55:41
-
3
“150층마저 무너졌다”...지하실 뚫고 내려가자 한국주식도 비명
2024-04-19 20:52:13
-
4
“월급에서 36% 떼가면 어찌사나”…시민들 난리나게 한 ‘이것’ 뭐길래 [언제까지 직장인]
2024-04-18 09:00:00
-
5
남편 재산 4조냐 6조냐…국내 최대 재산분할 이혼소송 ‘이 남자’ 누구
2024-04-18 06:25:36
-
6
태국 길거리서 ‘동성 성행위’ 한국男 2명…SNS 확산, 나라 망신
2024-04-18 20:54:56
-
7
“쓰레기장서 138억 벌었다”…버려지는 동전으로 떼돈 번 ‘이 회사’
2024-04-18 10:40:22
-
8
“탈원전하고 태양광 더 깔아”...모범생서 병자로 전락한 세계 3위 경제대국 [한중일 톺아보기]
2024-04-19 16:00:00
-
9
“장인·장모 비료 냄새 구역질 난다”…인터넷에 처가 험담글 올린 남편
2023-08-25 21:30:15
-
10
연예계 활동 중단하고 제주서 카페 차리더니…배우 박한별 ‘깜짝 근황’
2024-04-19 17:02:5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