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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한마디에 대입정책 오락가락해도 되나

입력 : 
2019-10-24 00:01:01
수정 : 
2019-10-28 11: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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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계 안팎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이 우선이라고 밝혀온 교육부 입장을 뒤집은 발언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을 거론한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으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 문제를 개혁하려는 의지와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당정 협의도 없이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지시하고, 교육부가 돌연 "정시 확대 방안을 대입개편안에 담아 다음달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은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비율을 30%까지 늘리기로 결정하고 올 8월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월 문 대통령의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 지시에도 '정시 30%룰'을 고수해왔다. 21일 국정감사에서도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시 확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런데 대통령 한마디에 1년 전 결정한 대입정책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선발비율은 77.3%로 과도하게 높은 게 사실이다. 조국 사태로 '깜깜이 전형' 학종이 일부 특권층의 학벌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드러나면서 정시 확대 요구는 더 거세졌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해서는 곤란하다. 교육을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것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교육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시 확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등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 정부의 교육철학이 뭔지 의심하게 만든다. 당장 현재 고1이 치를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수 있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권마다 입맛에 따라 대입제도를 흔들면서 교육현장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을 입시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장기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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