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강행, 인류에 대한 범죄다

2019.11.05 20:23 입력 2019.11.05 20:25 수정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 탈퇴를 끝내 강행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선언한 지 2년5개월 만에 탈퇴 공식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은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했다”며 “미국은 공식 탈퇴 통보를 유엔에 전달했다. 탈퇴는 통보로부터 1년이 지나야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 납세자에게 지워지는 불공정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파리협약 탈퇴 결정을 내렸다”면서 미국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시민의 에너지 접근을 보장하면서도 모든 종류의 배출을 줄여왔다고 강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술 더 떠 이날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두 가지 규제까지 풀어줬다. 환경정책의 초침을 거꾸로 돌리기로 작정한 듯하다.

파리협약은 2015년 기후변화 대응에 전 세계가 동참한 역사적 합의다. 이제는 변화를 넘어 ‘재앙’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매년 폭염과 홍수, 태풍과 한파가 지구를 휩쓸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2015~2019 기후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알프스 산맥 등 각지의 빙하가 사라져가고,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잠겨가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로 자연이 반격해올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그레타 툰베리가 경고한 대로 인류는 이미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지 모른다. 파리협약의 합의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발을 빼는 것은 지구에 대한 폭거이자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다. 미국이 탈퇴하게 되면 중국·인도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의지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파리협약체제가 형해화될 우려도 크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의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지구는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사정만 앞세워 파리협약 탈퇴를 강행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 미국이 탈퇴절차에 들어갔지만 최종 탈퇴는 1년 뒤인 내년 11월3일에 이뤄지므로 돌이킬 시간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라도 협약 탈퇴를 철회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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