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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결적 자세만으로는 국회의 제 기능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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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결적 자세만으로는 국회의 제 기능 요원하다

입력
2016.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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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처리와 관련한 필리버스터(투표지연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가 4.13 총선을 앞둔 선거구 획정안 처리의 긴박성과 필리버스터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비대위 결정에 대한 논란이 거셌지만, 뒤늦게라도 국회운영이 정상화할 수 있게 돼 반갑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과 선거구 획정안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북한인권법 등의 법안이 일괄 처리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멀고 먼 길을 돌다가 시간에 쫓겨 한 쪽이 후퇴하는 모양새로 쟁점사안이 처리되는 국회 상황이 딱하다. 비효율의 극치다. 1주일 이상 계속된 필리버스터는 새로운 의정제도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키우기는 했지만, 딱히 참신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과거의 물리적 충돌보다는 훨씬 점잖은 소수당의 의사표시 수단이었지만, ‘신기록’의 잇따른 경신 외에 뭘 얻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권침해 가능성이라는 테러방지법의 폐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야당의 자평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새로운 요구사항을 담은 야당의 수정안은 법안의 본질적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라기보다 논란의 범위를 확장, 여당과의 타협만 어렵게 한 측면이 컸다. 이 때문에 과거의 무조건 반대 체질에서 벗어난 ‘통 큰 결단’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그 동안 정국이 꼬여온 이유로 여당의 협량이 컸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테러방지법 협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야당 요구를 수용했다고 말하지만,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점증하고 있는 테러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효율성이 긴요하고, 결국 국정원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동안의 권한 오ㆍ남용 경험에 비추어 국정원의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야당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따라서 여당이 앞장 서서 적절한 견제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선거구 획정안 처리와 연계해 야당을 시간에 쫓기도록 몰아세우기만 했으니 집권당의 금도(襟度)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정치신인들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가 숨어있지나 않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여야의 경쟁과 갈등은 자연스럽지만, 필요한 때는 합리적 조정과 타협을 이루는 게 국회의 정상적 모습이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나 야당의 일방적 심의 지연이 못내 아쉽다. 무엇보다 여야가 치킨 게임을 연상시키는 대결적 자세에 매달려서는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국회 정상화를 맞아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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