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진걸은 무죄다

류제성 | 변호사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천부적격자’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지목한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안진걸 공동운영위원장을 조사했다고 한다. 총선넷은 최 의원을 공천부적격자로 지목하면서 최 의원실 인턴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최 의원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2016년 1월6일)을 받았는데 취업청탁을 한 것으로 단정·평가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선관위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취업청탁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면 일단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기고] 안진걸은 무죄다

그렇다면 취업청탁 의혹은 허위사실임이 분명히 밝혀졌는가? 우선 취업청탁 의혹에 대해 최 의원 측 주장처럼 검찰의 철저한 수사는 없었다.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중진공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늑장수사라는 비판이 일었고, 의혹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진술이 상반됨에도 대질조사는커녕 최 의원에 대해서는 소환조차 하지 않고 서면조사 한 차례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런 조사결과를 무조건 믿으라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항상 진실인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검찰은 진리의 독점자가 아니다. 검찰 수사결과든 확정된 판결이든 조사가 미흡하고 논리가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선거법 제250조 자체의 문제가 있다. 선거법에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과 선거 참여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많다. 허위사실공표죄 역시 그중 하나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려면 취업청탁 의혹처럼 진위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의혹을 제기할 만한 정황증거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비록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의혹을 받는 자가 이를 해명함으로써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허위’인가라는 문제는 언제나 명확한 것이 아니며 진실과 허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있을 수도 있고 약간의 과장이 있을 경우 이를 반드시 허위라고 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공적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 과정에서 국가기관에 비해 정보력이 취약한 일반인으로서는 실수로 혹은 의욕 과잉으로 약간의 허위사실을 공표하게 될 수도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발견되고 사회의 부조리가 개선되고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공표를 무조건 막는 것은 부당하다. 허위사실 공표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며 명백히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경우에만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자가 이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해서 사실상 허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검사가 아닌 피고인이 지도록 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BBK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의 논리는 유죄의 입증책임을 검사가 져야 한다는 민주국가의 형사소송 대원칙에 반한다. 100%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형사처벌을 감수할 용기가 없는 이상 입을 다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시민, 후보자, 대표자들 사이에 공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에 대한 정보와 견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없는 선거는 민주주의를 가장하기 위한 요식행위요,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안진걸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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