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지영씨 빈소엔 쓸쓸한 정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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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4.18. 오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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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 희생자 빈소 표정 ◆

"내 새끼, 우리 강아지…엄마 왔어. 엄마라고 좀 불러봐 응?…엄마라고 불러봐."

끝까지 배 안에 남아 승객들의 구출을 돕고 자신은 그곳에서 운명을 다한 22살 어린 영웅의 빈소는 쓸쓸했다. 지난 16일 목포 한국병원에 박지영 씨 임시 빈소가 차려진 지 3일 가까이 지났지만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50명이 채 되지 못했다. 영웅의 희생이 전국 곳곳에 알려질만한 충분한 시간이 지난 18일 오전에도 여전히 박씨 어머니의 흐느낌만이 목포 한국병원 지하 장례식장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점심시간이 다 돼 힘든 몸을 이끌고 나온 박씨 어머니와 여동생은 믿어지지 않는 듯 영전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남은 힘을 다해 목놓아 울었다.

하루 전 이곳 풍경은 목포시장과 목포한국병원장 명의 근조화환 2개가 있는 빈소에 한 유력 정치인이 찾은 것이 전부였다. 18일 오전 풍경은 전날 밤 배달된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이사의 근조화환만 추가됐을 뿐이었다. 기자가 자리를 지킨 18일 오전 9시부터 12시 사이에도 조문객은 목포시장에 출마하겠다는 A씨와 그의 수행원 3명이 전부였다. A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휑할 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빈소를 떠났다.

박씨에겐 빈소에 있는 유가족도 반쪽이었다. 박씨 이모부는 "박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친가 쪽과 왕래가 적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다보니 이곳에 온 유가족도 박씨의 외가 쪽이 전부"라고 했다. 이날 안산 단원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안산시내 병원과 장례식장에도 흐느낌과 울음이 가득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 중 김기웅 씨와 정현선 씨가 결혼을 약속한 '선상 커플'로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이 커플 가족에 따르면 이들은 4년이나 사귄 사이로 정씨는 세월호의 승무원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커플을 두고 "영화 타이타닉과 같은 비극'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빈소를 찾은 주요 부처 장관들은 유족들의 분노에 직면하기도 했다. 학생들 빈소를 찾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한 희생자 가족은 "뭐했어요. 여기 오면 돌, 물 맞는 일밖에 없어요. 그냥 가세요. 우리 아이 조용히 보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빈소에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가 이 중 한 수행원이 빈소 앞에 있는 한 유족에게 입구 쪽을 가리키며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건넸다가 "어쩌란 말이냐.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목포 = 윤진호 기자 / 안산 = 원요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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