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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 가슴 녹이는 차분하고도 우아한 위로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오래 두고 듣는 음악은 대개 번잡하지 않다. 쌀밥의 담백함이 반찬의 풍미를 살리듯, 절제된 목소리와 편곡은 멜로디와 가사를 선명하게 만든다. 절제를 통해 노래 마디마디에 깃든 여백은 청자에게 편안함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여백은 부피와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막연해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해있다.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목소리와 음악은 여백을 닮아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계다.

시와가 정규 3집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를 발표했다. 진솔한 음악과 시를 읊조리는 듯 나지막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자신 만의 영역을 개척해 온 시와는 튀어야 사는 대중음악계에서 보기 드물게 비움의 미학을 아는 뮤지션이다. 그랬던 그이기에 조촐한 어쿠스틱 세트에서 벗어난 실내악 편성은 의외의 선택지처럼 보이지만 특유의 여백은 여전하다. 대신 울림은 깊어졌다. 지난 31일 오후 시와를 서울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와는 “사전이 ‘시간’이란 단어의 의미를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무한히 연속되는 것’으로 정의하듯, 나 또한 그동안 살아오며 느낀 많은 것들을 음악으로 엮어 ‘시간’의 의미를 풀어보고 싶었다”며 “세상에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은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 곁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고 이들과 가까워지고 싶다. 그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싱어송라이터 시와가 정규 3집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를 발표했다. [사진제공=칠리뮤직코리아]
시와는 지난 2006년 서른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뮤지션의 삶을 시작했다. 대학(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재학 시절 노래패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기타를 배우고 민중가요를 접했지만, 졸업 후 진로는 특수학교 교사였다. 음악치료과정을 연수하며 다시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와는 홍대 클럽 ‘빵’에서 노래하는 한 뮤지션의 행복한 표정에 매료된 뒤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로 들어섰다. 수차례 오디션에 떨어진 끝에 ‘빵’ 무대에 선 그는 2007년 10월 ‘빵 컴필레이션 3’ 앨범에 ‘화양연화’를 수록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미니앨범 ‘시와’, 2010년 정규 1집 ‘소요(逍遙)’, 2011년 2집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2013년 카페 공연에서 선보인 신곡들을 모은 미니앨범 ‘시와, 커피’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자신 만의 색깔을 가진 뮤지션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앨범에는 왈츠풍의 타이틀곡 ‘서두르지 않을래’를 비롯해 ‘즐거운 이별’ ‘가까이’ ‘어젯밤에서야’ ‘겨울을 건너’ ‘즐거운 이별’ 등 10곡이 담겨 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가 전면에 나서고, 플루트와 하프 등 고전음악의 악기들이 더해져 4중주ㆍ2중주ㆍ독주로 편성을 달리해 수록곡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더클래식의 박용준이 피아노 연주와 편곡, 싱어송라이터 이규호(Kyo)가 마지막 트랙 ‘나무의 말’ 작곡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투명의 정현서는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비롯해 수록곡 ‘나의 전부’의 작곡을 맡았다. 특히 박용준의 편곡은 자칫 과하게 들릴 수 있는 연주의 힘을 조절하며 시와의 목소리와 음악의 안정적인 합을 이뤄낸 일등공신이다.

시와는 “이번 앨범을 제작할 때엔 다른 사람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나는 노래에 집중하는 그림을 미리 그려봤는데, 박용준과 정현서는 내 음악을 이해하고 여백을 살려줄 수 있는 뮤지션들이었다”며 “편곡과 기타 연주에서 손을 놓고 노래에 집중해 가사 한마디 한마디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노래의 색깔이 달라진 부분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첫 곡 ‘가까이’에서 “나에게 가까이 오시오”로 시작해 마지막 곡 ‘나무의 말’에서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로 끝나는 가사처럼 앨범 수록곡들의 배치는 무심코 들으면 한 덩어리로 느껴질 만큼 유기적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곳곳에 드러나는 조용한 파격이 듣는 재미를 준다. 우선 가요계에서 듣기 힘든 4분의 3박자 왈츠 리듬의 곡인 ‘서두르지 않을래’를 타이틀로 내세운 것 자체가 파격이다. ‘겨울을 건너’는 좀처럼 대중음악에서 쓰이지 않는 악기인 하프만으로 편곡된 곡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 곡의 하프 연주는 고음역대에서 클래식 기타와 비슷한 음색을 들려주며 마치 두 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원한 것은 없음을 다소 무거운 어조로 사색하며 앨범의 허리를 받치는 ‘당부’는 노래 그 자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압권인 트랙이다.



시와는 “문득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영원하지 않지만 반대로 우울하고 힘든 순간에도 끝이 존재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순간을 누리되 그 순간에 얽매어 있지 않는 것이 삶의 지혜 같고, 그런 생각을 노래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앨범은 팬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와는 지난 7월 ‘100개의 의자’라는 타이틀로 펀딩을 겸한 콘서트를 벌였고, 많은 팬들이 참여해 앨범 제작에 힘을 보탰다. 앨범 제작을 후원한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시와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긴 앨범 재킷을 구상했다. 동료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이아립은 재킷 디자인을 맡아 이를 구체화했다.

시와는 “내 앨범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게 될지를 알고 앨범을 제작하는 일은 위축된 음반 시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시도였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창작에 집중하고 노래를 부르니 결과적으로 앨범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시와는 오는 21일 오후 8시와 22일 오후 6시 양 일 간 서울 서교동 폼텍웍스홀, 28일 오후 8시 부산 ‘전람회의 그림’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벌인다.

시와는 “홀로 이것저것 뚝딱뚝딱 해치워 온 그간의 삶에서 벗어나 앞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뮤지션으로서 열려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번 앨범이 두고두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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