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설

[사설] `대졸 취업 절반이 미스매치` 학과 정원 왜 손도 못대고 있나

입력 : 
2020-06-10 00:03:01

글자크기 설정

우리나라 대졸자의 전공과 직업 미스매치 비율은 5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졸자 절반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수도권 규제로 인한 학과 간 정원 조정의 경직성을 꼽았다.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인구 과밀 억제를 위해 만든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라 총량적 정원 규제 적용을 받고 있다. 전공별 정원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학과도 정원 감축에 양보하지 않으면서 정원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과 기술 발전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대학 학제와 정원은 수십 년째 그대로인 것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고 싶어도 정원 규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도 15년째 55명에 묶여 있다가 2021학년도 대입에서야 70명으로 늘었다. 교육부의 첨단 분야 학과 정원 조정에 따라 15명 증가한 것인데 이런 소극적인 변화로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의 올해 정원(745명)이 2008년(141명)에 비해 5배 넘게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

수도권 소재 대학 선호 때문에 일단 점수에 맞는 학과에 지원하고 취업은 다른 분야로 하다보니 '전공 따로, 취업 따로' 세태는 더 심화되고 있다. 학생, 교수 숫자 유지에 급급한 대학 내 학과 이기주의도 문제다. 대학이 취업양성소는 아니지만 변화를 거부하고 실용적인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존립 근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술 경쟁과 인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수년째 대학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38년 전에 생긴 낡은 규제 때문에 대학들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부가 단호하게 규제를 풀고 대학들에 자율성을 부여해 사회적 수요에 맞는 유연한 학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도 줄일 수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