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투입 요청하라고 부추긴 브로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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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5.03. 오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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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라고 소개하며 체육관 돌아… "1억 정도 들지만 정부서 지원돼"

이종인 대표 등 게재 안내문 뿌려… 李측 “모르는 사람” 관련 부인

잠수 시간 연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다이빙벨’이 실패로 자진 철수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이빙벨 투입을 정부에 요청해 달라며 접근한 브로커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단원고 실종학생 아버지인 김영호(46)씨는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에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이종인 알파잠수종합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을 소개하며 ‘가족들이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하도록 정부에 건의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서류가방에서 A4 크기의 3장짜리 안내문을 실종자 가족 10여명에게 나눠줬다. 구조사례와 구조방법이 담긴 기사 형식의 인터넷 게시글이었다. 이 대표의 다이빙벨 사진과 업체 소개 글도 있었다. 이 남성은 “아무리 물결이 세도 다이빙벨만 설치하면 구조할 수 있다. 계속해서 야간작업도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무료로 해주는 거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이 남성은 “공짜가 어딨느냐. 1억원 정도 들지만 가족들은 걱정할 것 없다. 해양수산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으면 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 아니냐”고 답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남성을 사기꾼이라 판단했고 그 자리에서 쫓아냈다.

이 남성은 19일까지 계속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내 다른 가족들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단원고 실종자 가족은 “자신은 알파 측과 전혀 관계없는 목사라고 강조했지만 그조차 믿음이 가지 않았다”며 “알파 측이 보낸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때문에 체육관에 있던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처음부터 다이빙벨 투입을 반대했었고,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이빙벨은 결국 지난달 24일 투입이 결정됐다. 팽목항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려면 필요하다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다이빙벨은 결국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일 철수했다. 지난달 25일과 29일에는 투입에 실패했고, 1일에는 감압시간 등을 제외한 50여분간 수색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시신수습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4층 뒤쪽에 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이빙벨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다. 다이빙벨 투입을 두고 논란이 없었다면 합동구조단이 적어도 통로라도 뚫었을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실종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세월호 사고 후 진도 실내체육관에 간 적이 없다”면서 “어떤 사람이 무슨 연유로 그런 말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진도=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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