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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성탄절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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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성탄절에 밀렸다"

2013.12.23 18:00
태양력 도입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새로운 세시풍속으로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크리스마스는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은 이 날, 사랑하는 이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미 크리스마스가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90년대. 개신교와 함께 들어온 크리스마스는 도입 직후 빠르게 우리 문화에 녹아들었다. ‘독립신문’과 ‘대한매일신보’ 등에서도 크리스마스에 ‘명절名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크리스마스가 빠르게 우리나라의 주요 명절로 자리잡은 이유는 뭘까. 염원희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국학진흥원이 발행하는 학술지 ‘국학연구’에 ‘태양태음력’(음력)과는 현저히 다른 역법체계인 ‘태양력’(양력)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크리스마스가 ‘동지’를 대체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개화기 이전, 우리나라는 태음태양력을 사용했다. 태음태양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를 기준으로 태양의 운행까지 고려해 날짜를 세는 방법이다. 30일인 ‘큰달’과 29일인 ‘작은달’을 반복해 1달을 구성하고, 지구가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주기를 고려해 12개월 또는 윤달을 더한 13개월을 1년으로 친다.

 

  태양력은 달과는 관계없이 태양의 운행만 고려하는 역법이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주기가 365.24일 정도라서 1년을 365일로 치고 4년에 한 번 2월에 29일을 두는 방법이다.

 

  1896년 고종이 역법을 태양력으로 개편한 직후, 제사나 각종 의례 때문에 두 역법이 병행되다가 곧 관청·학교·교회 등을 중심으로 태양력이 보편화됐다. 그러자 사람들이 음력으로만 기억하는 ‘삼월삼짇날’, ‘칠월칠석날’ 등의 세시풍속은 사라지게 됐다는 것.

 

  특히 조선시대까지 한 해를 정리하는 날로 여겨지던 24절기 중 태음태양력의 ‘동지’가 태양력의 크리스마스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세시풍속의 자리를 내어주었다는 분석이다. 동지는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날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의미를 가진 명절이고, 크리스마스 역시 낮이 길어져 ‘태양이 부활하는’ 동짓날 무렵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염원희 교수는 “역법이 바뀌면서 크리스마스는 동지가 하던 역할을 계승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국인의 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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