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정책 이견을 넘어 정책 주도권 다툼으로까지 비친다. 소득분배 악화와 경기 둔화 조짐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 힘을 모으기는커녕 불협화음이나 내다니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동연 부총리는 30일 기획재정부 간부회의에서 “저소득층의 소득 향상과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소득이전지출 등 대책들도 중요하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북돋울 수 있는 혁신성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평소 같으면 김 부총리가 늘 해오던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 방향의 3대 축이다.
그러나 바로 전날 김 부총리도 참석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나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고려하면 김 부총리의 발언은 의미가 달라진다. 문 대통령은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고, 청와대는 “참석자들이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최악의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런 취지를 모를 리 없는 김 부총리가 하루 만에 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작심을 하고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부적절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청와대도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다.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앞으로 장하성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뒤늦게 “장하성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라고 일부 수정을 했지만, 부총리를 관련 부처 장관 중 한명으로 취급한 표현이 김 부총리를 자극했을 수 있다. 그동안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현안에서 김 부총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김동연 패싱’이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김 부총리가 간부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되어 혁신성장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누가 정책 주도권을 갖느냐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해 하루빨리 일자리가 늘어나고 자영업 경기가 살아나고 집값이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갤럽의 문재인 정부 1년 평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3%로 역대 대통령 중 최고를 기록한 반면 경제 분야 ‘긍정 평가’는 47%로 낙제점을 받았다. 더욱이 긍정 평가가 취임 100일 54%, 취임 6개월 52%, 취임 1년 47%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금이 정책 주도권 다툼이나 벌일 만큼 한가한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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