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가 해산시킨 통진당 출신, 간판만 바꿔 출마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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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소속 인사 40명이 지난달 창당한 민중연합당 후보로 20대 총선에 출마한 것으로 확인됐다. 40명 중 36명이 과거 통진당 간판으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이 중 4명은 주요 당직자였고,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재연(경기 의정부을) 전 의원도 포함됐다. 비례대표 4명 모두와 상당수의 시도당 위원장도 통진당 출신이다. 이력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사람까지 감안하면 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민중연합당의 총선 후보 60명 가운데 무려 3분의 2가 통진당 출신이니 사실상 ‘통진당의 간판만 바꿔 단 신장개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민중연합당은 “99% 민중의 직접 정치를 실현하자”는 모토로 2월 27일 비정규철폐당 농민당 흙수저당 연합으로 창당했다. 공동대표인 강승철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이광석 전 전농 의장도 통진당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창당 한 달도 안 돼 13개 광역시도당을 구축하고 단시일 내 당원 2만여 명을 확보한 것을 보면 통진당 세력과의 연계 의혹이 짙다.

정당법상 해산 정당의 강령 또는 기본 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의 창당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성원들에 대한 제재 규정은 별도로 없다. 해산 당시 통진당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박탈도 헌재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위헌을 이유로 정당을 해산하면서 그 사유가 된 강령을 만들고 활동에 동조한 구성원들에게 입법 미비로 법적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홍성규 전 대변인 등 통진당 출신 10명은 이번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독일은 정당 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일정 기간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또한 ‘헌법에 적대적 활동을 하는 사람은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고, 적대적 조직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 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일본도 비슷하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불순 세력까지 용인하는 것은 자유와 민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헌법재판소#통합진보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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