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NAVER 연예

[박진영 LIVE 인터뷰 part 2] “죄송하지만, 좀 들어 봐 주시겠어요?”


 1부에 이어

인터뷰 도중 선미의 싱글 '24시간이 모자라'가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한 소식이 들려 왔다.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정욱 대표와 박진영은 서로 축하의 말을 나누며 기뻐하고 있었다. 필자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정욱 대표는 웃으며 음원 페이지에 달린 댓글을 읽어 줬다. "제와피 드디어 정신 차렸네" 

: (대 폭소를 터뜨리고) 정신을 차렸다고... 사람이 어떻게 곡을 만들 때마다 언제나 모두 다 잘 만들 수가 있겠어요. 어쨌든 선미가 1위를 한 건 정말 기쁜 일이네요.
 

: 제일 처음에 이야기 했던 부분으로 돌아가 볼까요? 지금의 내가 20년 전의 나보다 훨씬 좋다고.

: 지금 내가 20년 전의 나보다 훨씬 좋아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르게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조: 많이 했잖아요? 

박: 그냥 학교 공부 말고요. 삶에 대한 공부를 했으면 훨씬 겸손했을 것 같아요. 정말 지난 20년 중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부지런했다는 것. 열심히 했다는 것. 부끄러운 부분은 겸손하지 못했다는 것.

조: 그게 '나는 이만큼 부지런하게 살았으니까 이 정도는 교만해도 돼' 라는 생각 때문 아니었을까요? 

박: 'Halftime' 가사에 나오죠. '세상에 소리쳤어 날 좀 쳐다봐 달라고. 여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니 날 좀 알아봐달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더 열심히 살았으니 내가 맞을 거야. 나는 진짜 다 열심히 했거든. 그런 교만함이 컸던 것 같아요. 꽤 많은 분들이 그 교만함을 열정이나 자신감으로 봐 줘서 감사한데요. 지금 생각하면 끔찍해요.

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었나요?

박: 계기가 있었다면 이번 앨범이 이렇게 '괴로운' 앨범이 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충격적 일이 있고 아픈 기억이 있었다면 이렇게 답을 못 내린 앨범이 아니라 답을 찾은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요. 어떤 계기라기보다는 머리 속의 작은 호기심 하나로부터 시작된 거예요. 2006년, 미국에서 어느 바닷가를 걷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 모든 게 보이지 않는 힘, 가장 편한 말로는 운, 어떤 운명 이런 걸로 의해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나도 그 일부이고' 그래서 내 인생을 돌아봤더니 내 의지나 선택, 노력에 의해 지금의 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그렇게 생각의 씨앗이 생겼는데 2년간은 무시하고 살았어요. 귀찮으니까. 그렇게 잘 무시하고 살았는데, 그 작은 씨앗이 '요만한' 게 있었을 땐 괜찮았는데 점점 커지니까 걸리적거리는 거예요. 


조: 그래서 '진리'에 대한 탐구가 시작 된 건가요. 

박: 5년 전에 누군가로부터 처음으로 성경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내가 아는 모든 인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해서 '박살'을 냈어요. 그 친구는 성경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다른 지식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 일이 한 번 있고, 얼마 후에 시간이 지났는데 그 친구 말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분명히 내가 말로는 이겼는데, 걔의 표정과, 그 눈빛과 그런 것들, 그럼에도 적당히 무시하고 사는데 그 씨앗이 나무가 됐어요. 그렇게 2년 지나고 3년쯤 됐을 때, 오케이, 내가 확실히 공부를 해 보고 답이 나오면 답대로, 안 나오면 막 살겠다고 했어요.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사실 답이 없다는 것을 밝혀 막 살고 싶어서였어요. 근데 또 한 종교만 공부하는 건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성경, 불경, 코란, 도전, 사이언톨로지 등을 동시에 파기 시작했죠. 그런데 일은 해야 되니까. '일주일에 하루'만 그렇게 한 거죠.

조:
 '힐링 캠프' 때 그런 말씀을 한 이후로 굉장한 반응이 있었다고. 

: '내가 당신이 고민하는 것의 답을 안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책을 보내왔어요. 회사에 3천 몇 백 권의 책이 왔어요. 상당 부분의 책은 겹치는 것, 그리고 그 중 많은 것들은 이미 읽은 것, 그 중에서 추리고 추리니 몇 백권 정도로 압축 되더라구요. 보내 주신 편지는 다 읽었어요.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3년 전에 물리학부터 공부 시작했어요. 

그래서 뒤늦게 과학이 밝혀낸 탄생의 순간, 빅뱅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필자 주: 여기서 빅뱅이론으로 출발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거쳐 입자 가속기와 힉스 입자에 이르는 물리학적 탐구, 그리고 그것을 종교 자료와 대입하고 또 진화론과 창조론을 연구한 후 인류의 역사까지 파헤쳤다는 파란만장하고 방대한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나 분량 문제로 생략한다) 지난 해 9월 10월 두 달 동안 이스라엘, 중동 지방, 최종 자료를 수집하고 역사 현장을 가서 보고 책을 덮으면서 이스라엘에서 쓴 게, 이 앨범이죠.

'젠장' 이러면서. 뭔가 머리로는 답이 나왔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도 안 믿는, 안 믿어지는 나. 그럼 지난 3년 동안 내가 헛... 믿기 싫어서, 막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친 거였나. 이게 소위 말하면 들통이 나는 순간? 논리적으로는 할 말이 없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 '안 믿어져.' 그래서 '왜 안 믿어지지?' 라는 말이 바로 이 앨범이예요.

조: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메시지에 신경 쓴 적이 또 있었어요?

박: 반대예요. 이렇게 머리를 안 쓰고 막 만든 앨범 처음이예요. 이스라엘에 제가 악기를 안 가지고 갔어요. 다 종이 쪼가리에 써가지고 왔어요. 악기 별로 편곡을 한다면 베이스 편곡 대충, 기타 대충, 그리고 노래, 가사, 멜로디 그냥 끄적 끄적 해갖고. 종이만 이만큼 갖고 온 거예요. 작업실도 악기도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고민 할 수가 없었죠. 나오는 대로 막 쓴 거고. 그런 거 느꼈어요. 베토벤이 위대하구나. 악기 5개 정도는 합주가 들려요. 베이스가 이렇게 치고 있을 때 기타가 이렇게 가고, 드럼이 이렇게 들어오고 그게 상상이 가능한 데, 이게 악기가 5개 넘어가면 꼬이더라구요. 

그런데 베토벤은! 오케스트라 40개 50개 악기가 어떻게 머리 속에서 안 꼬이지? 어쨌든 각설하고 이렇게까지 머리를 안 쓰고 만든 앨범은 없었어요. 사실 머리를 쓰면 이런 앨범 내면 안 되죠. 이게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내가 이 앨범을 왜 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것 하나는 이 고통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서. 뱉어내면, 뭔가 새로 들어오지 않을까.

조: 지금 아티스트 박진영, 인간 박진영을 시간 순서대로 쫓아온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은 느낌이 있는데, 프로모션 트랙이 '놀 만큼 놀아봤어, 돈 많이 벌었다. 명예도 가져 봤다. 그런데 다 아무 것 아니더라.'라는 메시지죠. 어떤 이들에겐 자랑할 것 자랑 다 하면서 배부른 투정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비난받을 수 있을 텐데.


박: '열심히 살아야지'가 '왜 열심히 살아야지?'로 바뀌는 순간인 것 같아요. 앞에 '왜' 하나가 더 붙는 거죠. 그게 놀 만큼 놀아 보고 벌만큼 벌어볼 때 오는 일인데, 그걸 귀납적으로 생각 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금액'이 얼마인가.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때'가 '놀만큼 놀아본 때'죠. 어떤 사람은 제일 처음에 소형차 하나 사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형차 자체가 행복을 안 준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주 값비싼 외제 차를 사고 나서야 깨닫죠. 제일 불쌍한 사람은 외제 차를 사고도 못 깨닫는 사람이 제일 불쌍하죠. 놀 만큼, 벌 만큼, 이 말은 내가 많이 놀아 보고, 많이 벌어 봤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물질적인 단계에서 그게 나에게 왔다는 시기, 그 시기를 말하는 거였어요. 

그 시기는 분명히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모 회장님의 '하프 타임'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오신 것 같더라구요. 그 분의 '벌 만큼 벌어 봤어'는 몇 조였던 거죠. 저의 '벌 만큼'은 몇 십억이었던 거죠. 이게 적을 수록 좋은 것 같아요. 

조: 오늘 처음 화두가 뭐였냐 하면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잖아요. 처음 제가 말씀 드린 게, 이번 컨셉트 중에 노인 분장을 하는 게 나왔는데 그건 어떤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거죠? 

박: 옛날 버나드 쇼의 명언 중에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는 아깝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느낀 건 오케이, 그럼 나는 어떻게든 젊은 몸뚱아리를 내 머리가 지혜로워질 때까지 끌고 가서, 그 지혜로운 머리에 붙여야겠다. 그래서 그건 성공했어요. 제 육체는 20대랑 아무 차이 없어요. 뭔가 그 육체를 적어도 40대 중반까지만 끌고 가면 새로 깨달은 그 지혜에 맞춰 힘차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있었던 거죠. 왜 거울로 '80살 제 모습'을 보냐. 전반전이 삶을 바라보면서 사는 거였다면 후반전은 죽음을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지혜로운 자는 마음이 초상 집에 있고 우매한 자는 잔치 집에 있다', 죽음을 생각하면 정신이 똑바로 차려 지거든요.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엄청난 10억의 사기를 칠 수 있다고 해도 죽음을 생각하면 안 치게 되거든요. 죽을 때 안 가지고 가는 건데, 사는 걸 생각하면 치게 되는 거거든요 사기와 거짓말과, 그래서 '죽음을 내 머리 중앙에 꽂아 넣고 살고 싶다'가 이 앨범의 메시지예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조: 박진영씨는 본인이 작곡을 하는 것을 즐기고, 노래하는 것을, 춤 추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유명한데, 지금 말씀하신 것으로는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박: 뮤직비디오에서 3가지 인생을 선택 하게 돼요. 하나는 결혼 안 하고 끝까지 제대로 놀아 보자. 둘째는 결혼해서 아기 낳고 손자 보고 그렇게 살아 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거지가 되는 것. 이 세 가지 생각은 제가 한 번씩 다 해 본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촬영 중에 콘티엔 없었던 일이 생겼어요. 셋 다 제가 울어버린 거예요. 셋 다 인생이 메워지지 않아요. 제가 바보같이 집중력이 뛰어나서 그 분장을 하고 그 상황이 되니 상상이 되는 거예요. 

셋 다, 모두... 불행하더라구요. 셋 중엔 거지가 제일 나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 게 무서우니까, 어디로 가는 지 모르니까 또 울게 되더라구요. 춤추고 신나게 즐기는 거나,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거나, 감정의 표출인 건 똑같아요. 

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랜 박진영씨 팬들 중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 놀기 좋아하고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땀 흘려 가며 신나고 즐겁게 해 주던 박진영이 어디 갔지? 하는 생각 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박: 이건 과도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거룩하고 엄숙한 생활은 싫어요. 설령 해답을 찾아도 그렇게는 살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해답을 찾으면 가장 자유롭지 않을까. 원래 해답을 못 찾았을 때 엄숙해져요. 해답을 알면 놀 때 자유롭고, 일할 때도 자유롭고. 사실이 뭔지 아니까. 해답을 내가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머리에 있는 해답이 가슴으로, 믿고 믿어지는 데 까지 간다면 오히려 더 자유로운 나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조: 지금까지는 항상 결론을 내고 앨범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질문을 던지는 음반이 되겠네요? 

박: 질문을 던진다기보다는... 아 죽겠다. 괴로워. 살려주세요. 이거예요. 
조: 질문을 던진다는 것보다는 살려 달라는 요청을 한다. 

박: 다섯 글자로 '살려주세요'인 것 같아요. 'Halftime' 가사를 보면 '내 인생을 그냥 살지 않길'이라는 말이 반복 되는데, 저는 이대로 그냥 살까봐 두렵거든요. 분명히 이대로 잘 살 수 있거든요. 나의 나쁜 피를 잘 아니까.
 

조: 그래서 '신앙 생활'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가요?

박: 그건 아니예요. 제 상태에서 안도를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의 제 상태는 '믿기는 하는 데 믿어지지 않아서 죽겠다'인데, 이 상태에서 그 믿어지지 않는 부분을 '신앙 생활'이라는 것으로 마취 시켜 가면서 그냥 가고 싶지 않아요. 경건한 생활로, 착한 행실로, 종교 활동이나 신앙 생활로 '믿어지지 않는' 부분을 메우고 잊으려고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영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해결된 척 하면서 신앙 생활로 은근슬쩍 덮으면서 가고 싶지 않아요.
 


조: 오랫동안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깊었을 거고 감도 있을 텐데, 이번 앨범은 어떨 것 같아요?

박: 감이 안와요. (웃음) 예를 들어서 우리 회사 조해성 부사장은 욕을 하더라구요. 'XXX야 왜이래' 한 마디. 제가 사실 혼동되는 부분 하나가, 이 앨범을 내는 것 자체가 위선인지 아닌지 모르겠더라구요.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조차 위선이 아닐까. 고민했어요.

조: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문제 제기하고 질문하고 구조를 요청하고... 지금까지 박진영의 앨범은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오히려 요청한다는 느낌이 나네요.

박: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정확하게 그것인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자, 내가 뭔가 이야기 할께 들어줘. 뭐뭐는 이거야...' 이렇게 가르친다고 표현할 수 있는 노래들이었었는데, 이번 앨범은 '죄송하지만 좀 들어 봐 주시겠어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해 온 것 다 지워 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한 인터뷰, 제가 쓴 가사, 다 죄송합니다' 이런 거죠. 

-Part 3 에서는 "뮤지션으로서의 박진영"을 만나 봅니다.

인터뷰어 조원희 프로필
1994년 계간 '리뷰'를 통해 대중음악과 영화를 아우르는 평론 활동 시작, 월간 '박스'와 주간 '시네버스' 등의 잡지에서 기자 생활. GQ, 보그 등의 컨트리뷰터. 1990년대 홍대 앞에서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했으며 2010년 장편 영화 '죽이고 싶은'으로 영화 감독 데뷔, '옥희'로 2013년 롯데시네마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영화화 준비중. '창작과 비평' '영화와 음악'이라는 쌍칼 두 개를 휘두르는 4도류를 구사한다.

글 : 조원희
사진 :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진영 LIVE 인터뷰 part 1] "저는 누가 예쁘면, 그 사람이 잘 되는 걸 보고 싶어요"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연예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광고

AiRS 추천뉴스

새로운 뉴스 가져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