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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동성애 혐오, 지독한 인권 침해"…한국 첫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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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동성애 혐오, 지독한 인권 침해"…한국 첫 언급

"국가 기관이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동성애 혐오를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표현하며, 평등을 수호해야 할 국가 기관의 노력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한국에 보내왔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입안이 좌초됐고,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군형법 개정이 추진되는 등 최근 동성애 혐오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라 주목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4월 30일 유네스코(UNESCO)가 발간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 정책'(가제)'의 한국어판 발간을 앞두고 이 책을 번역한 시민단체 '성 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에 책에 실릴 서문을 보냈다.(☞유네스코 책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의 원문 링크)

서문에서 반 사무총장은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 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담겨 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은 또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하며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 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이 한국 교육 현장의 동성애 혐오를 특정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사무총장은 이전에도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거듭해서 내놓아 왔다. 특히 지난 2010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반 사무총장이 "우리가 편견에 맞설 때에야 비로소 폭력은 멈출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 때에야 비로소 낙인과 차별은 끝날 것이다"라고 한 연설은 많은 성 소수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관련 기사 보기 : 반기문도 지지하는 성 소수자 인권, 문용린은 왜?)


무지개행동은 이번 반기문 사무총장의 메시지를 "동성애를 혐오스럽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부도덕한 일인 것처럼 호도하여 막연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종북'이라고까지 왜곡하여 '동성애 차별 금지 반대'라는 인권 침해적 구호를 부끄러움 없이 꺼내드는,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에 대해 각성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반 사무총장이 '국가 기관'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삭제하려는 문용린 교육감과 동성애 혐오 분위기에 휩쓸려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한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 동성 간의 합의된 성관계를 형사 처벌하도록 군형법을 개정하려는 민주통합당 민홍철 의원의 편견과 무지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지개행동은 반 사무총장이 보낸 서문을 각 시도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국회 교육위원회 등에 보냈으며, 이에 광주 교육청은 광주지역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반 사무총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서문 전문.

유네스코 발간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의 한국어 번역판 서문
2013년 4월 30일. 유엔 사무총장.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때문에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심지어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 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지독한 인권 침해를 멈추려는 국제적인 활동에 신념을 갖고 앞장서서 이끌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인권 침해로 인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 등 기존의 성 규범에는 들어맞지 않는 학생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잃게 됩니다.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담겨 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러지 못했습니다. 좋은 정책과 사례들을 담아 이 책을 펴낸 유네스코(UNESCO)에 제가 감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개입 방안들이 이미 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여러 사례가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활동의 틀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교육현장을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들에 대해 소중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교사, 행정가, 정책 입안자,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그리고 교육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 제기를 해 왔습니다.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 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됩니다. 동성애나 비전형적 성별 정체성을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이슈이며, 청소년이나 교육과 관련된 경우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느낍니다.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열거된 사례들은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수집된 것으로, 어느 곳에서든지 혁신적이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방법을 이용한다면 학교 내에서 또는 학교를 통해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일임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듭시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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