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전통피리 앙상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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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가장 작은 몸통에서 가장 웅장한 소리를 뿜어내는 악기,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소리를 내는 악기, 바로 ‘피리’다. 지난 20, 21일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진행된 공연 ‘피리, 셋(set)’은 피리를 닮은 무대였다. 피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악기이자 관현악 연주에서 주선율을 담당하는 악기다. 하지만 다른 악기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악기기도 하다. 이번 무대는 피리 연주자 3인방이 모여서 만든 최초의 피리 앙상블 무대다. 대피리·중피리·세피리 등 다양한 피리뿐 아니라 생황·태평소·장새납까지 특수 관악기들이 들려주는 소리의 향연에 빠져볼 수 있었다.

‘피리, 셋’ 연주자들. 왼쪽부터 강주희 최훈정 김민아.
피리, 셋은 국립극장에서 진행 중인 ‘국립예술가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이다. 국립예술가 시리즈는 스타성과 경쟁력을 갖춘 국립예술단체 단원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강주희·최훈정·김민아는 국립국악관현악단 피리연주자 8명 중 유일한 여성단원이다. 게다가 많은 선배를 모시고 있는 가장 막내급 단원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을 이수한 최훈정은 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를 전수한 진중한 연주자로 앙상블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 강주희는 다수의 독주회 무대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선보여온 경력답게 강렬하고 개성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섬세하고 현대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김민아는 조용히 팀의 조화를 이끌고 있다.

피리 연주자 3인방이 모여서 만든 최초의 피리 앙상블 무대 ‘피리, 셋’.
피리, 셋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다섯 명의 작곡가이다. 피리연주가 1세대 박범훈을 중심으로 김성국·황호준·강상구·안승철 등 신구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작곡가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운 곡을 작곡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단장을 역임한 박범훈 작곡가는 피리 중주곡으로 유명한 ‘춤을 위한 메나리’ 이후 20년 만에 피리 연주곡을 선보였다. 바로 민요를 피리로 풀어내는 ‘피리 3중주를 위한 밀양 아리’다. 대피리·중음피리·고음피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피리의 선율이 인상적이다.

김성국 작곡가는 북한 대피리와 향피리로 연주되는 ‘피리 3중주를 위한 춤’을 통해 마치 춤을 추듯 경쾌한 피리의 기운을 담아냈다. 특히 여기에는 퍼커션과 젬베가 가미돼 현대적이면서도 흥겨운 느낌을 준다. 강상구 작곡가는 북한 대피리와 향피리, 생황으로 눈과 날개가 하나인 전설의 새 비익조의 비상을 그렸다. ‘비익조(比翼鳥)의 꿈―하늘을 날아올라’에서는 짝을 찾아 온전한 하나가 되기를 꿈꾸는 비익조의 몸짓이 피리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이 밖에도 황호준 작곡가는 생황과 장새납·대피리·태평소에 신시사이저와 어쿠스틱 기타, 콘트라베이스 등을 더한 현대적 감각으로 바람이 부는 초록 들녘을 거니는 소녀의 감성을 담은 ‘초록바람’을 선보였다. 안승철 작곡가의 ‘피리 삼중주를 위한 Tone’은 두 대의 태평소와 생황으로 경기 능계 가락과 시나위의 색조를 더한 명쾌한 리듬과 반주로 담아낸 곡이다.

이번 국립예술가 시리즈는 감춰진 피리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동시에 단원들의 끼와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세련된 국악으로 전통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국립예술가 시리즈의 다음 무대가 기대된다.

글·사진=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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