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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자동차업계 합종연횡이 한국車에 던지는 경고

입력 : 
2019-11-04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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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합병에 합의했다. FCA는 르노그룹과 합병을 추진했다가 지난 6월 무산됐는데 4개월 만에 파트너를 바꿔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지난해 판매 기준으로 폭스바겐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도요타에 이어 세계 4위 자동차 기업이 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GM에 이어 6위로 밀린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며 내연기관 자동차가 퇴출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산업 판도가 바뀌고 있는 데다 차량공유 확산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는 5% 이상 줄었고, 하반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위기에 맞서 자동차 업체들은 대대적인 감원과 공장 축소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미래 차 기술 선점을 위한 인수·합병(M&A)과 제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폭스바겐과 포드, 인텔이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닛산과 FCA는 구글 웨이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크루즈를 인수한 이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숙적인 다임러와 BMW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손잡을 만큼 미래 차 기술 확보는 자동차 업체들에 절실한 문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불고 있는 합종연횡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급변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한순간에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전기차와 수소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2조4000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 기술 세계 3위 기업인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통 큰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미래 차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기업 인수를 포함해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고질적인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를 깨는 일도 시급하다. 노조는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생존 투쟁에 내몰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도 미래 차 도약에 필요한 제도 정비와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 자동차가 미래 차 강자로 거듭나려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혁명적인 변화에 대한 노사정의 일대 각성과 발 빠른 대응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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