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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황청이 앓고 있는 15가지 질병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돌직구 성탄메시지'

올해 크리스마스는 교황청 고위 사제들에겐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해일 것 같습니다. 가톨릭 최대 명절에 다른 사람도 아닌 교황에게 아주 호된 꾸중을 들었으니까요. 정확하게 얘기하면 꾸중 정도가 아닙니다. 욕만 안 했을 뿐, 내용은 영국 가디언지가 표현한 대로 정말 '준엄한 비판'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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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바티칸 클레멘타인홀에는 교황청을 움직이는 추기경과 주교, 고위 사제들이 집결했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교황청에 내리는 교황의 성탄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였죠. 반갑게 교황과 인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교황은 교황청의 위세를 상징하듯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프레스코화가 가득한 웅장한 홀에서 세계 가톨릭을 움직이는 사제들에게 "자기비판과 자기 갱신, 자기 혁신이 없는교황청은 병든 육체"라며 혹독한 질타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15가지에 달하는 '교황청이 현재 앓고 있다고 교황이 진단한' 질병에 관해 얘기를 시작합니다. 그럼 교황이 정의내린 교황청의 15가지 질병을 한가지 씩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15가지 질병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1개의 병이 다른 병을 유발하는 식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먼저 교황은 교황청 사제들이 세계 가톨릭을 움직이는 사제라는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아예 1. <자신들을 불멸의 존재로 믿는 망상증>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죽지도 않고, 병에도 안 걸리고,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다 보니 정작 섬겨야 할 신과 대중들은 멀리하게 되는 2. <영적인 치매>상태에 빠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영적 치매상태가  계속되다보니 3. <다른 이들에게 무관심한 냉담증>을 갖게 되고, 열정이나 겸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4. <장례식에 간 듯한 우울하고 딱딱한 표정을 지닌 질환자>가 됐다는 겁니다. 결국 이런 상황은  교황청 내에서 5. <출세만 쫓는 출세지향증>이 심화되고 6. 교황청 안에서 권력관계에 집착하는 6. <이너서클 추종증>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너무 과도해지다보니 본격적으로 7. <세속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잘난체하는 병>이 깊어졌다고 한탄했습니다. 

교황은 교황청 사제들이 이렇게 '권력과 욕망의 화신'이 되면서 금욕적인 생활을 멀리하는 위선적인 이중생활로 인해 총체적으론 8. <존재론적 정신분열증>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교황청 사제들에게 정신분열증이라니 정말 수위가 세죠? 그런데 전 교황의 말 가운데 가장 울림이 컸던 부분이 바로 이 '정신분열증'에 대해 언급할 때입니다. 교황은 이 병이 깊어지면 점점 더 교황청 사제들이 "실제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실제 사람들과 빈번한 스킨십을 갖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교황청 사제들 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즘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 받는 면도 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대중과의 소통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교황의 생각, 진심으로 '절대 공감'됐습니다.

15가지 질병은 교황청 사제들에게 내린 질타지만, 9. 뒷담화에 열광하는 <가십집착증> 10. <물질적 욕망에 집착하는 병> 11. <과도한 계획 세우기 병> 12. <일중독증>  13. <협업없이 홀로 일하는 병> 14.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는 <정신 경직증>등은  사실 저를 비롯한 일반인들도 경계해야 하는 질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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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교황의 질타가 윗사람의 잔소리로 들리지 않은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교황청의 질병 가운데 한가지로 자신도 꼽았기 때문입니다. 15. 교황인 자신을 추앙하는 <보스에 대한 지나친 찬미병>도 고쳐야 할 질병이라고 질타하는 교황, 분명 자신과 연관된 문제나 사안인데도 본인은 쏙 빠진채 '유체이탈화법'을 쓰는 우리의 위정자와 참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듣는 이에게 뼈 아픈 돌직구 비판을 날릴 때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 대한 통렬한 자기 검열과 비판이 앞서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교황. 그런 점에서 교황이 교황청 사제들에게 내린 올해 성탄절 메세지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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