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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와중에 지역구 예산 앞다퉈 늘리는 여야 거물들

입력 : 
2019-12-03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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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531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처리가 또다시 법정시한(2일)을 넘겼다. 국회가 국회선진화법 도입 첫해인 2014년 정부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한 이후 5년 연속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선거법개정안·검찰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놓고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해 정기국회 종료일인 10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 황당한 것은 여야가 서로 "예산안과 민생 법안을 볼모로 삼았다"며 비난하는 와중에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늘리려고 한통속이 돼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거물급 인사들까지 앞다퉈 지역구 예산 증액에 나서고 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예결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세종)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사업을 포함해 총 600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했고, 윤호중 사무총장(경기 구리)은 구리 인창동~사노동 도로개설사업 등 100억원을 늘려달라고 했다.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은 경북 상주 낙동~의성 선형개량공사(176억원) 등 550억원 규모의 증액을 요청했고,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은 충주시 관련 예산을 250억원 늘려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교육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을 반영해 총 10조~11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끼워넣었다고 한다.

여야 담합으로 선심성 예산이 남발하면 국가 재정과 민생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20대 국회는 출범과 함께 '쪽지예산' 근절을 다짐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매년 반복되는 '예산 짬짜미'를 막으려면 전문성을 갖춘 예결위 옴부즈맨과 조사관을 임명하고 이들에게 국회 감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 나눠 먹기를 마치 정치인의 능력처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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