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로잡은 K뷰티… 불황 속 2015년 수출 53%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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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수출액 3조8405억원… 사상최고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014년 수출액 19억1842만 달러(약 2조2001억 원)보다 52.7% 성장한 29억2948만 달러(약 3조8405억 원)였다.

1964년 한국산 화장품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화학공업사(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의 남자 스킨로션 등 ‘오스카’ 브랜드 제품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수출된 지 51년 만이다. K뷰티 열풍을 타고 대(對)중국권 수출이 급증해 화장품 부문의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도의 5배 이상으로 늘었다.

○ 한류로 날개 단 K뷰티 수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 ‘샤넬’, 일본 ‘시세이도’ 화장품은 한국 여성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친지들로부터 제일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 일본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내수품목이던 화장품이 수출을 견인하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한류(韓流)가 제공했다. 특히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와 K팝의 인기가 좋아지면서 한국 여성처럼 화장하고, 피부를 가꾸고 싶어 하는 중국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고 있다. 2014년 5억9776만 달러였던 국산 화장품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지난해에 11억9054만 달러로 1년 만에 99.2%나 성장했다. 한류 열풍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1년(2억1703만 달러)의 4.5배다. 홍콩과 베트남, 싱가포르도 전년에 비해 수출액이 66.5%, 31.8%, 19.4% 늘었다.

수출이 급증하면서 화장품 무역수지는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수입하는 규모가 커 2011년에는 이 분야 무역수지 적자가 5억9947만 달러나 됐다. 하지만 2014년 처음 2억2547만 달러의 흑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흑자 규모가 전년도의 5.4배인 12억1125만 달러로 급증했다.

○ 수출 증가에 연매출 ‘1兆 브랜드’ 탄생

한국 화장품 수출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견인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내수시장에서만 머물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1993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했다. 2003년에는 화장품 수출의 불모지였던 미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미주지역에서 각각 3133개, 1150개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설화수’가 국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5조50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에는 중동지역으로 K뷰티 시장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위인 LG생활건강은 ‘후’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해에 화장품만으로 2조40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후’ 외의 고가 브랜드들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1∼9월 한국의 대표적 화장품 OEM업체인 코스맥스의 매출은 3976억 원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오래 지켜온 이탈리아 인터코스사(社)의 같은 기간 매출(약 3885억 원)을 넘어섰다.

○ 中 시장 내 치열해지는 경쟁

이렇게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런 가파른 성장세가 계속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업체들의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아모레퍼시픽 1.4%, LG생활건강 0.4% 등으로 아직까지 전체의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P&G(12.7%), 로레알(9.6%)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한국 업체들의 급성장을 견제하려는 글로벌 업체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프랑스 로레알그룹은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을 지난해 랑콤 브랜드의 신제품으로 내놓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인 자란그룹, 바이췌링 등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류의 영향력이 꺾이더라도 외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계속 찾도록 하려면 확실한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계속 선보여야 한다”면서 “중동, 인도, 아프리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선제적 브랜드 마케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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