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사태’에 취해 갈팡질팡 한국당, 이래선 미래 없다

2019.10.31 20:46 입력 2019.10.31 23:03 수정

자유한국당이 31일 1차 영입인사를 발표하고 총선기획단을 발족하는 등 내년 총선을 치를 채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 영입인사에 공관병들에게 갑질해 전역조치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포함했다가 당내 반발과 여론의 비판에 급히 제외하는 촌극을 벌였다. 일가족이 공관병 갑질로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박 전 대장을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내세우려 했다는 데 말문이 막힌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수사 피해자라는 점만 볼 뿐 특권층의 반칙에 분노한 젊은이들의 ‘공정’ 가치는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이 영입을 주도한 황교안 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은 “박 전 대장은 다음에 모실 예정”이라며 박 전 대장의 영입을 계속 추진할 뜻까지 밝혔다. 잠시 비난 여론의 소나기만 피하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술책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당이 이처럼 민심과 동떨어진 일을 벌인 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앞장선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에 기여했다며 인사청문위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가 호되게 비판받은 것이 불과 엊그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한 낯뜨거운 동영상도 상영했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그것을 자신들이 잘한 결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입증하듯 오차 범위까지 민주당을 따라잡았던 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떨어져 31일에는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조국 국면’으로 당 지지율이 오르자 이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뜻과 이렇게 괴리된 제1야당이 이전에도 있었을까 싶다.

야당의 가장 큰 역할은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대안 정당으로서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케케묵은 안보관·경제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대정신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도 될까 말까 싶은데 퇴행적 주장에 경도돼 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여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갈 곳이 한국당뿐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런 태도와 정책으로는 기존 지지세력만 굳힐 뿐 확장성이 없다. 유권자들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일거수일투족도 지켜보고 있다. 어느 당이든 더 개혁적이고 민생을 챙기는 쪽에 표를 찍을 것이다. 한국당이 미래 지향적인 정책과 태도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다음 선거에서 선택받기 어렵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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