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가덕도 부동산 멘붕…오전 "사달라" 오후엔 "팔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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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6.21. 오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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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권 신공항 김해로 / 탄식 쏟아진 밀양·가덕도 ◆

떠나간 비행기…허탈한 투자자
정부가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부산 가덕도와 밀양지역 부동산투자자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밀양시내의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밀양 = 한주형 기자]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공황상태입니다. 오전엔 값이 더 오를 거라고 땅을 쥐고 있던 지주들이 발표가 난 오후엔 '얼마나 떨어질 것 같냐'면서 일단 내놓겠다고 난리들이에요."(밀양시 A공인 관계자)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대신 기존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함에 따라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부동산 시장은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다. '신공항 호재'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인근 용지 매입에 열을 올렸던 지역 부동산 투자자들은 이번 발표로 대혼란에 빠졌다.

이미 밀양 신공항 후보지 인근 땅은 올해 신공항 건설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발 빠른 투자자들이 몰려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조심스럽게 공항 용지 선정을 점치며 매입에 나선 자산가들 때문에 예정지인 밀양시 하남읍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토지거래가 몰리며 값은 1년 새 배 이상 뛰었고, 발표 이후에는 더 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 리스트에서 지워 달라"는 지주들의 전화가 현지 공인중개소에 빗발쳤다.

실제 작년만 해도 3.3㎡당 20만~25만원 하던 이곳 계획관리지역 땅값은 호가가 최고 55만원까지 올랐고 하남읍 농지도 3.3㎡당 가격이 12만~13만원에서 30만원대로 뛰었다. 20평형대에 1억원도 안 되는 밀양 아파트 값도 최근 1년 새 10% 넘게 급등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찾아온 투자자들이 현장을 샅샅이 돌며 매물을 수집해 간 효과다. 하지만 결국 공항 호재가 사라지자 분위기가 급반전된 상태다.

밀양시 서일재 태진공인 소장은 "값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역 땅값에 거품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 B공인 관계자는 "발표 전만 해도 이미 지금보다 값을 배 이상 높여 내놓겠다는 지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떻게든 빨리 팔아 달라는 문의가 몰린다"고 전했다.

가덕도 공항 인근 C공인 관계자도 "오전만 해도 농지든 나대지든 상관없이 매물이 있느냐고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많았는데 지금은 반대로 토지주들이 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절벽도 우려된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거래된 밀양 소재 토지는 5867필지, 820만1000㎡로 작년 같은 기간 5400필지, 722만9000㎡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공항 건설 무산으로 저가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은 넘치지만 수요는 사라지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현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위해 확장 대상 용지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할지도 관심사다. 김해공항은 행정구역상 부산 강서구 대저2동에 위치해 있으며 강서구 일원은 2017년 5월 30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되면 실수요자 이외에 일정 면적 이상의 매매는 시·군·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거주용이나 농림업 등과 같은 실수요 목적을 증명하지 않으면 허가를 안 내주기 때문에 투자 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해 현지에서는 뜻하지 않은 호재를 반기면서도 정부가 과연 언제, 어디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 D공인 관계자는 "공항땅 근처 창고나 공장으로 이용 가능한 330㎡ 전후 대형 1~2층 건물 거래가 활기를 띨 것"이라며 "지은 지 5년 안 된 창고형 공장은 보증금 2000만원에 임대료가 150만~200만원 선인데 대로변인 경우는 광고효과까지 있어서 임대료 시세가 적어도 10%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저동 H공인 관계자는 "공항로 도로 인근 대지면적 2970㎡여 규모 땅이 3.3㎡당 140만원 선이지만 공항 확장 발표로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공항 '신설'이 아닌 '확장'으로 가닥이 잡힌 데다 이미 개발이 마무리된 김해공항 인근 용지 상황을 고려하면 공항 확장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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