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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떨어진 잠재성장률, 구조개혁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입력 : 
2019-09-10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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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정' 보고서를 보면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5~2.6%로 5년 단위로 추정한 2016~2020년 수치에 비해 0.2%포인트 낮았다. 이는 추세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보유한 노동력과 자본, 기술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추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치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만 해도 7~8%대에 달했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 이후엔 1%대로 떨어지며 1990년대 초부터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 같은 저성장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줄고 기술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줄기 시작해 2047년에는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소비도 함께 위축될 뿐 아니라 정부 재정도 압박을 받게 된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철강과 조선, 자동차 등 대부분의 주력 업종이 성숙기에 들어섰고,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 크다. 낡은 규제도 투자 의욕을 꺾는 요인이다. 연구개발(R&D) 투자가 늘고 있는데도 생산성을 높일 이렇다 할 혁신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기업과 가계소득이 줄고 산업 기반은 약해진다.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을 막는 길은 하루빨리 경제 체질을 혁신하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신기술 개발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과감한 노동·규제 개혁으로 민간 투자 유인을 높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멈춰 세울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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