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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조 해외부동산펀드 묻지마 투자는 안 된다

입력 : 
2019-09-06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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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KB증권이 판매한 해외부동산투자펀드에서 입은 손실은 사모펀드 업계에서 그동안 노심초사하던 한 뇌관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JB호주NDIS펀드라는 이름으로 호주 현지 사업자 LBA캐피털이 당초 약정과 다르게 사업을 운영한 게 드러났다고 한다. 기관투자가 2360억원, 법인 및 개인 904억원을 각각 투자한 만기 2년짜리인데 문제를 인지한 뒤 자금 회수에 들어갔지만 투자금의 38%인 1249억원은 미회수 상태이며 일부는 날릴 수도 있다고 한다.

해외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는 저금리 시대에 다른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 각광을 받았다. 그 규모가 2014년 9조원에서 올 8월 50조6000억원까지 불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 부동산펀드 설정액 41조3400억원을 훌쩍 웃돈다. 문제는 마땅한 대체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제대로 실사도 하지 않고 투자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의 부동산 경기 둔화로 펀드 만기 때 투자 부동산을 제값에 팔지 못해 자금 환수 과정에서 손실을 입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도 나왔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투자펀드 전반에 대해 살펴볼 필요도 있다. 국내 펀드 10개 중 3개가 운용자산의 60% 이상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커졌으니 운용실태를 철저히 점검해봐야 한다.

해외 부동산투자는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에게 맡겼어야 한다.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대체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비전문가를 내세워 덤볐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력과 노하우를 갖춘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 언제까지 '묻지 마 투자'라는 오명을 들을 것인가. 고객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은 사고 발생이나 만기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상품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해야 한다. 해외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에서의 막대한 손실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이번 해외부동산펀드 투자부실까지 가세했으니 자칫 사모펀드 문제가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까 걱정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투자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관리에 한층 고삐를 조여야 할 것이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투자자들은 당장의 고수익에만 현혹돼 덥석 돈을 넣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 금융상품의 수익 구조뿐만 아니라 위험 요인을 꼼꼼히 챙겨봐야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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