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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판 짠 경사노위 이젠 결과를 내라

입력 : 
2019-08-22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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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째 파행을 거듭하다가 위촉 위원 9명의 사의 표명으로 해산 수순에 들어갔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달 말 제2기 체제로 재출범한다. 위원들을 해촉하고 새판을 짜 달라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건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다. 본위원회를 보이콧해 경사노위 전체를 식물 상태로 만들었던 청년·비정규직·여성 계층별 대표 3명 중 사퇴하지 않은 2명을 해촉하고, 일부 위원들은 재위촉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노사정위원회를 잇는 사회적 대화기구로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삐걱거린 데 이어 올해 3월 계층별 대표 3명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안에 반발해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완전히 멈춰섰다. 문 대통령의 '사회적 대화 복원'이라는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경사노위는 출범 후 9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의제도 최종 의결하지 못하면서 '무용론'이 끊이지 않았다.

2기 체제에서는 사실상 민노총 영향력 아래 있었던 계층별 대표 3명을 한국노총이 추천하게 된다. 한노총은 편향되지 않고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을 추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성원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사노위 발목을 잡은 것은 까다로운 의사결정 구조였기 때문이다. 현재 본위원회는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또한 사용자·근로자·정부 세 분야 위원이 각각 절반 이상 참석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규정도 있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노동계 4명에 속하는 계층별 대표 3명이 불참하자 어떤 안건도 의결하지 못한 것이다.

경사노위가 식물기구로 전락하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경사노위가 한시가 급한 탄력근로제도 결론 내지 못하자 국회는 노동 입법 현안을 별도로 다룰 노동개혁특위 신설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2기 경사노위는 1기가 드러낸 문제점을 확실히 보완해 사회적 갈등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2기 출범 후 위원 해촉 규정을 신설하고 의결 요건을 완화하는 경사노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동계의 반발로 의사결정 구조 개편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파행은 또 빚어질 수 있는 만큼 특정 멤버가 보이콧하더라도 의결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이제는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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