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정상회담 전후 오늘까지도 '북핵 폐기결의안 촉구' 한국당 洪 지목해 비방
회담 다음날 조총련 기관지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 아닌 CVID 주장 유포는 정보조작"
일부 전문가, 폼페이오 '핵군축 원한다' 언급 미루어 "北 용어혼란전술에 당한 것"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지난 6월14일자에 실린 논평. 도입부에는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판문점선언지지결의안에 북핵폐기 내용을 명확하게 포함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특히 홍준표 역도는 '판문점선언지지결의안이 아니라 북핵폐기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거리낌없이 줴치며 악을 써댔다"고 '북핵 폐기' 주장을 극력 부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사진=로동신문)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지난 6월14일자에 실린 논평. 도입부에는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판문점선언지지결의안에 북핵폐기 내용을 명확하게 포함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특히 홍준표 역도는 '판문점선언지지결의안이 아니라 북핵폐기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거리낌없이 줴치며 악을 써댔다"고 '북핵 폐기' 주장을 극력 부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사진=로동신문)

북한이 직접 접촉 중인 미국에서 요구하는 '핵 폐기' 의사는 없이, '핵 군축'을 명분으로 실질적인 핵보유국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은 북한 스스로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점이다. 6.12 미북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지난 7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천하역적무리의 히스테리적 발작증'이라는 글을 보도해,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우리의 일관한 평화애호적 의지와 선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보려는 반역무리의 대결광기"라고 비방했다.

중앙통신은 그 배경으로 "홍준표를 비롯한 보수패거리들은 5.26 판문점수뇌상봉(제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내용없는 만남'이라는 오만무례한 망발을 내뱉았는가 하면 우리의 북부핵시험장 폐기 의식에 대해서는 '사기' 등으로 마구 헐뜯어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각계층과 온 겨레는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또 다시 동족대결을 고취하며 지랄발광하고 있는 극우보수 미치광이들, 천하의 역적무리들을 역사의 퇴적장에 단호히 쳐박아야 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6.12 미북정상회담 바로 다음날에는 아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조선반도 비핵화'는 다른 개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3일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앞서 '조선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조선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류포되였다"며 "정보조작, 여론유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조선신보는 또 '서로 핵무기를 겨누고 싸우는 두 나라'란 표현을 통해 자신들을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지도부가 지난 14일 총사퇴하기 전까지,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지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는 여당 주장에 맞서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이 아니라 '북핵 폐기 결의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에 대해서도 북한은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6.12 미북정상회담 이전부터는 물론, 이후인 15일까지도 조선중앙통신,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물론 우리민족끼리·내나라·통일의메아리(방송) 등 선전매체까지 대대적으로 동원해 홍준표 전 대표의 '북핵 폐기 결의안' 촉구 발언을 일일이 지목하며 "인간추물"로 비하했다.

1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조선신보 보도에 관해 "미국이 요구한 CVID 방식과 북한이 주장한 '조선반도 비핵화'가 별개라는 의미"라며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억제와 주한미군 주둔 자체를 부정하는 '조선반도 비핵화'가 이번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나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트럼프 행정부 1기 안에 북한의 주요한 '핵 군축'(nuclear disarmament) 조치를 원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조선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의 차이를 모르고 북한의 용어혼란전술에 농락당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한반도 비핵화'로 통용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시대부터의 유훈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탈북 엘리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속내는 실질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핵을 모두 폐기할 때까지 북한 핵을 거둘 생각이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측이 "비핵화로 포장된 핵보유국화"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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