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띄운 생존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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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띄운 생존 예능
모의재난생존 체험 나선 SBS '정글의 법칙'...tvN '나는 살아있다'는 생존 전사 양성
일상이 된 재난, 생존 본능 깨우는 예능 제작 줄이어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9.2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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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글의 법칙' 출연진이 모의재난생존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SBS '정글의 법칙' 출연진이 모의재난생존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코로나19 속 ‘생존 예능’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생겨난 변화다.  여러 프로그램들이 해외 대신 국내로, 관중 대신 무관중 제작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마냥 코로나19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간 피로감을 안고 있는 대중에게 ‘힐링’이나 ‘위로’를 전하는 코드를 프로그램에 녹여냈다면 최근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이른바 ‘생존 예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새로운 포맷은 아니지만, 다양한 수위의 ‘생존 예능’이 말하는 바는 말 그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비교적 단조로운 관찰 예능에서 벗어나 극적 재미를 강조하는 ‘생존 예능’이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붙잡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9일부터 방송을 재개한 SBS <정글의 법칙 in 와일드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정글의 법칙>은 방송 중단 이후 두 달 만에 ‘국내 오지 생존기’라는 부제를 달고 돌아왔다. 병만족으로 뭉친 방송인 김병만과 박세리, 박찬호, 추성훈, 농구스타 허재-허훈 부자, 개그맥 부부 박미선-이봉원 등이 합류했다.

병만족은 오지 탐험보다 국내 무인도에서 서바이벌하는 방식으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들은 사전 인터뷰부터 불시에 모의재난생존을 체험에 투입됐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출연자들은 무인도에서 필수 생존 키트로 지내야 했는데, 프로그램 곳곳에서는 재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보를 전달했다. 지난 4일부터는 일부 콘텐츠 이용자를 위한 <정글의 법칙> 가상현실(VR) 콘텐츠도 제작해 내보내고 있다. 

지난 7월 파일럿으로 방영됐다가 내달 10일부터 정규 편성된 MBC<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말랑한 버전의 생존기다. 파일럿 당시 축구 스타 안정환과 이영표의 무인도 생활기를 담았다. 당시 식량을 구해야 하지만, 상반된 성향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2회 만에 9.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안정환의 출연만 확정된 상태이지만, 또 다른 파트너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tvN에서는 ‘여성판 서바이벌’인 <나는 살아있다>를 내달부터 방영한다. 배우 김성령, 이시영과 개그우먼 김민경이 대한민국 0.1% 특전사 중사 출신 박은하 교관으로부터 생존 전사 양성 훈련을 받는 모습을 그린다. 이들이 생존 노하우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과정 자체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중순부터 방송 중인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는 아예 바다로 나갔다. 네 남자가 요트를 타고 태평양 항해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 예능이다. 국내 최초로 무기항 무원조로 홀로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선장과 진구, 최시원, 장기하, 송호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도전은 ‘생존게임’에 가깝다. 출항부터 난관을 겪었다. 뱃멀미와 구토에 시달리는가 하면, 항해 5일차 때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맞이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회항했다. 

가짜사나이 ep.1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경험한다' ⓒ피지컬갤러리
가짜사나이 ep.1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경험한다' ⓒ피지컬갤러리

생존 예능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이근 대위다. 최근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이근 대위가 ‘사부’로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근 대위가 멤버들에게 UDT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을 담아내 시청률 7%대까지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UDT 전설’이라 불리는 이근 대위는 이미 유튜브 <가짜사나이>에서 지옥훈련을 시키는 교관으로 나오는데, 1편 조회수가 1300뷰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즌2에서는 유튜버 외에도 줄리엔 강, 김병지, 김동현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방송가에서 ‘생존 예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코로나19를 비롯해 각종 자연재해 및 재난이 이제 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재난 상황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생존 예능이 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출연자들이 당황하고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쾌감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일상적 재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리얼 가상 체험’은 유효하지만, 단순히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소비할수록 진부해질 수 있다. 특히 시청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거나 선정적으로 흐를수록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포맷인만큼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과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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