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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역전, 주택 보유세 토대가 흔들린다

입력 : 
2020-03-31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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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크게 끌어올린 반면 실제 집값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택 공시가격이 집값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재산가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며 억울해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 3단지(전용 273㎡) 아파트는 종전 최고가격보다 8억원 낮은 40억원에 최근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4000만원 오른 40억84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공시가격이 실제 집값보다 8400만원 높아진 셈이다. 이런 사례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서울 성동·강남·용산 등지에서도 공시가격과 실제 집값이 근접한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집값 하락이 더 이어지면 '공시가격 역전' 사례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시가격은 주택 보유세와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 가격이 집값을 웃돌게 되면 조세 행정에 대한 불신과 조세 저항도 커지게 된다. 공시가격이 집값과 역전되는 현상을 막으려면 집값 등락률이 커질수록 공시가격과 집값 차이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는 데에만 주력해왔다.

그 결과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평균 14.75% 상승했고 최근 2년 동안에는 30%가량 급등했다. 이 같은 주택 공시가격 상승과 더불어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도 2017년 390건에서 2018년에는 1117건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1만625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정부는 5월 중 이의신청을 받고 6월 말 최종 공시하게 되는데 주택 공시가격이 조세행정에 대한 불신을 키우지 않도록 과감한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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