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불씨…변호사 vs 세무사 전쟁도 2라운드

[the300] [7전8기법안 열전④-변리사법 개정안](2)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제도·외부세무조정업무 갈등 재점화

배소진 기자 l 2016.05.25 05:56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제도를 둘러싼 논란보다 역사가 오래된 '직역 전쟁'은 바로 변호사와 세무사 간의 다툼이다.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가진 게 1961년 세무사법이 제정됐을 때부터였던 만큼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는 세무사 업계의 '반백년 숙원'으로 불린다.

변호사-세무사 간 오랜 '밥그릇 싸움'은 그간 세무사들의 '판정승'으로 이어지는 추세였지만 지난달 말 대법원에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 세무사 등록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세무사 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한국세무사회는 크게 유감을 표명하며 적극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지난달 28일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는 세무사 등록신청을 할수 없다'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상고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세무사로서 영업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수용한 것이다.

현행 세무사법에 따르면 영리법인 임원이나 사용자는 세무사가 될 수 없다. 영리법인이 세무대리에 나설 경우 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국세청이 그동안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을 거부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세무대리 업무는 세무사로 등록해야만 가능하다. 현행 세무사법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 하면서도 세무사시험에 합격하지 않았을 경우 세무사 등록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단 2003년 실시된 사법시험과 그 이전에 합격한 변호사에 한해서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즉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2003년 이전 자격증을 딴 변호사들은 법무법인 소속이든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든 각종 세금 신고 업무 등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을 막아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왔던 세무사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세무사가 독립적으로 세무대리업무에 전념하도록 한 전문자격사 제도의 본질적인 입법취지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세무사법의 재차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호사 업계는 반대로 지난해 12월 법무법인이 외부세무조정업무에서 제외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세무조정계산서를 대신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이 2인 이상 세무사(변호사 포함), 회계법인, 세무법인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에 속하지 않은 2003년 이전 자격취득 개인 변호사만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법무법인 입장에선 연간 1조원대로 추산되는 세무 관련 서비스 시장을 잃게 됐다.

일부 법무법인과 변호사 등은 해당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청구하는 등 '강대강' 대치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 및 법무법인 등에 대해 세무조정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 직업선택 자유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외부세무조정 업무에 대한 규정은 제2의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에는 변호사와 공인노무사,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간의 '밥그릇 싸움'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변호사들이 노동사건도 적극 수임하기 시작하면서 공인노무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양상. 지난해 말에는 변호사들이 설립한 '트러스트부동산'이 파격적으로 낮은 복비를 제시하며 부동산중개업에 나섰다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고소당한 상태다. 현행법상 이들 직역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계속되는 갈등의 진폭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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