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기마군단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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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한민족에게는 잊힐 수 없는 땅이다. 동북3성, 네이멍구 자치구, 연해주 등을 망라하면 140만㎢를 넘는 광활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 한민족 국가들이 오랜 역사를 써내려 왔다. 926년 발해가 멸망하면서 만주는 수천 년 이어온 한민족 역사의 무대에서 멀어지게 되나, 이어 등장한 거란, 여진, 몽골 등 북방민족의 지배가 차례로 이어졌다. 만주에 대한 한족의 지배는 마오쩌둥 시대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고대로부터 만주 일대에서 살던 민족에 대해 중국인들은 시대에 따라 숙신, 읍루, 물길, 말갈 등으로 달리 불렀다. 송·명대에는 여진, 청대에는 만주족이라 했다.

1115년 여진족의 영걸 아골타가 금(金)을 건국, 거란을 멸망시키고 송나라를 남쪽으로 내쫓고 만주 일대와 중원을 장악했다. 그러나 몽골제국 등장으로 100년 남짓 만에 역사에서 사라진다. 이후 만주 일대에 흩어져 살던 여진족 후예들은 300년이 지난 후 위대한 지도자 누르하치의 영도 아래 금나라를 이은 후금을 건국한다. 이어 홍타이지는 국호를 '대청'이라고 고치고, 만주·몽골·한족의 다민족 국가를 출범시켰다. 강희·옹정·건륭 황제 때 전성기를 구가하나, 1912년 마지막 황제 푸이 때 역사의 막을 내린다. 여진은 한민족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금사(金史)'에서는 금나라 시조가 고려(신라)에서 왔다 하며, '고려사'에서는 금시조가 신라인이라 한다. '만주원류고'에서는 금국(金國) 명칭의 기원이 신라 왕성인 김씨(金氏)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최근 북방민족 사학자 전원철 박사는 저서에서 금 태조 아골타가 발해왕족이며, 청 태조 누르하치도 금나라 황족의 후예라 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돌궐과 고구려는 동맹관계로 당나라를 견제했다. 돌궐이 멸망하자 곧이어 나당연합군이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그 후 돌궐이 독립전쟁을 통해 30년 만에 후돌궐을 건국하자, 고구려 지역에서도 30년 만에 후고구려가 건국된다. 이름 하여 발해다. 그런데 발해가 멸망했다 해서 발해 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그 땅을 여진이라 불렀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 지역 발해인들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그대로 산다. 그들이 여진족이라 불렸다. 만주는 고조선-고구려-발해-여진의 역사가 이어져온 곳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가 숨쉬고 있고 수많은 유적·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땅이다.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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