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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가 일할 권리를 뺏고 있다"

입력 : 
2019-10-28 00:03:01
수정 : 
2019-10-28 11: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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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5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고 주 52시간 근로제, 대학 등록금 동결, 데이터 규제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정책을 비판하며 "가장 큰 문제는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권리'조차 국가가 막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 활력이 둔화되고 있는 원인을 날카롭게 짚은 권고안이다. 정부와 국회뿐 아니라 노동계와 이익단체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대한민국이 2030년까지 이뤄야 할 혁신 전략을 담은 이번 권고안은 9개월간 작업 끝에 완성됐으며 문재인정부의 정책과 충돌하는 제언도 상당수 담고 있다.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가상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하자는 내용도 담았고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제도로는 인재를 기를 수 없으니 등록금 자율화 등을 통해 대학에 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2017년부터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장병규 위원장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창업주이자 벤처 주역이다. 그런 만큼 그의 지적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문제 의식과 절박함이 담겨 있다. 그는 "게임산업만 봐도 한국이 중국에 밀리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재설계를 요구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이유로 출퇴근을 확인하는 회사가 없고 해고와 이직은 일상적이라는 사실도 설명했다.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이 몇 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실망도 표시했다. 규제 철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공유경제, 인공지능(AI) 등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을 소개한 뒤 "글로벌 기업이 먼저 경쟁력을 키워 한국에 진출한다면 그때에도 우리 기업이 도태하고 일자리를 잃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데이터에 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권고는 절박감이 느껴진다. 문제는 이 자문기구의 권고를 누가, 어떻게 정책으로 현실화할 것이냐는 점이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장 위원장은 더 이상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충언을 내놓았는데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는 혁신의 최종 목표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했는데 현 정부 목표와 동일하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우리 인재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펼치며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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