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 슈퍼셀
핀란드 국민 기업 노키아(NOKIA)의 몰락 이후, 많은 사람들은 핀란드 경제가 휘청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핀란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나의 거대 기업에 의지해온 과거에서 벗어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 그 중에서도 핀란드는 IT 산업에 집중해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감 없이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없애고 해외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등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기업에서도 학생인턴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스타트업 사우나’ 역시 성공적인 지원책이었다.
스타트업 사우나는 핀란드의 알토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업 지원 센터로, 누구든지 좋은 창업 아이템을 가져오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배 창업자와 전문가로부터 집중 멘토링이 제공되며, 정부로부터 매년 100만 유로의 창업 지원금을 받아 창업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0년 설립된 ‘슈퍼셀(Supercell)’ 역시 이 스타트업 사우나를 통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슈퍼셀(Supercell)의 시작


단 3개의 게임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슈퍼셀의 현재 CEO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은 핀란드 헬싱키 공대 석사 출신으로, 2000년 모바일 게임사 ‘수미아’를 창업해 사업을 시작했다.
파나넨은 이 사업을 성장시켜 2004년 미국의 ‘디지털초콜릿’에 성공적으로 매각했으며, 이후 계속해서 수미아의 대표로 일하다가 회사를 나와 2010년, 5명의 게임 개발자와 함께 슈퍼셀을 설립했다.
파나넨은 “회사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몇 년간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당시의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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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은 이후 핀란드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기술청(TEKES)에서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첫 사무실을 세웠으며, 2011년 첫 게임 ‘건샤인(Gunshine)’을 출시했다.
건샤인은 한때 5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는 등 성공을 이룬 듯 보였으나 몇 달이 지나자 유저들은 게임을 지루해하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고민 끝에 서비스를 중지했다.
건샤인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슈퍼셀은 이윽고 2012년 여름, ‘헤이데이(Hay Day)’와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을 연이어 출시하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연 매출 1조 원을 만드는 ‘셀(Cell)’의 힘

슈퍼셀은 5명 내외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셀(Cell) 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셀은 아이디어 제안부터 게임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체적으로 수행한다.
슈퍼셀은 “팀이 커지면 불필요한 과정이나 수직관계, 심지어 정치까지 등장한다”며 작은 단위로 조직을 쪼개어 운영하고 있는 목적을 밝혔다. 현재 헬싱키에 본사를 두고 샌프란시스코, 도쿄, 서울에 지사를 설립한 슈퍼셀에는 본사와 지사를 모두 합쳐 15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직원들은 세계 32여 개국에서 온 글로벌 인재들로, 슈퍼셀이 지난해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1인당 65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슈퍼셀의 최우선 가치가 회사 규모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에 있다고 밝힌 파나넨 CEO는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실패의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며 “실패를 문책하면 인재들이 도전을 꺼리고 혁신이 일어나지 않아 조직이 도태된다”고 말했다. 슈퍼셀에는 실제로 실패한 팀에 샴페인 파티를 열어주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고 한다.
국내 마케팅에만 100억 원, 그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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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 오브 클랜’이 국내에서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서비스 되었던 이 게임은 2013년 10월 구글플레이에 출시되며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을 만났으며, 이후 12월 한글 버전을 출시하며 국내 이용자들에게도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당시 국내 이용자들에게 클래시 오브 클랜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고, 안드로이드 버전의 출시가 늦어지면서 앱스토어에서 이미 서비스 중이던 것을 카피한 유사 게임이 클래시 오브 클랜보다 먼저 출시되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슈퍼셀은 수많은 유사 게임에 대해 “그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앱을 만들면 된다”며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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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클래시 오브 클랜이 몇 달간 지속적으로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마케팅에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을 플레이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지하철에서 혹은 TV에서 클래시 오브 클랜의 캐릭터들과 한 번쯤은 마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3월 국내지사를 설립한 슈퍼셀이 5월부터 국내 공중파와 케이블TV,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을 통해 100억 원 규모의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을까?’ 싶던 이 마케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아직까지도 매출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100억 원대의 마케팅 비용은 이미 회수했다”고 전해진다.
동서양을 막론한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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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데이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세계적으로 성공시키며 단숨에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로 성장한 슈퍼셀은 2013년 10월 일본 소프트뱅크와 제휴를 맺는다. 소프트뱅크가 시가 총액 30억 달러에 달하는 슈퍼셀의 지분 51%를 15억 달러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
슈퍼셀 CEO 파나넨은 “자사의 게임이 북미와 유럽에서만 인기를 얻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글로벌 게임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슈퍼셀은 포럼을 통해 “일본, 한국, 중국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진정한 글로벌 게임사가 되는 것이 슈퍼셀의 초기 목적이며 이번 제휴는 슈퍼셀의 소망을 실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슈퍼셀은 소프트뱅크와의 제휴 이후 차례로 일본, 한국 등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고,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단숨에 매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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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국 게임사 쿤룬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중국 안드로이드 시장에 ‘붐 비치’를 출시한 것. 지난해 3월 출시한 붐 비치는 헤이데이, 클래시 오브 클랜에 이은 슈퍼셀의 신작 게임으로 해안을 배경으로 한 디펜스 게임이다.
자국 게임이 대다수인 중국 내 모바일 게임 차트에서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과 함께 당당하게 붐비치의 이름을 올리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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