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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복합불황 우려 커지는데 경제낙관론 펼 때인가

입력 : 
2019-09-18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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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가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중국 경제가 6% 이상 중·고속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치는 6~6.5%다. 당장 올해 바오류(保六·6%대 경제성장률)가 무너진다는 취지는 아니겠지만 중국 최고지도부가 성장 한계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복합불황의 한 단면이다. 복합불황이란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성장 둔화, 불황 장기화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금 세계 경제는 복합불황의 고유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제조업 실적 악화와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르고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유일하게 잘나가던 미국 경제마저 지난달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침체 공포가 드리웠고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받을 충격의 강도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미·중과 더불어 세계 경제 3대 축인 유럽도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단기에 끝날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복합불황의 터널은 상상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경제성장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고 수출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30%에 달하는 한국은 복합불황에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수출 감소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대규모 예산 투입과 1분기 기저효과에 힘입어 2분기 성장률은 1%로 올라갔지만 이 효과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조차 올해 정부 목표치인 2.4% 경제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근거로 든 것은 8월 고용동향이다. 8월 고용의 경우 액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노인 취업이 전체 일자리 증가의 86%를 점했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급한 것은 수출 감소를 막는 것이고 그러려면 제조업의 짐을 늘려서는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은 제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렸고 그 결과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불황을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올바른 경제정책 방향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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