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만명 해고가 '우려 안할 부분' 인가

[the300]

신현식 기자 l 2016.05.25 05:46
"국민과 여야 정치권에 걱정을 끼쳐서 죄송한데 그렇게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2만명 고용은 유지될 수 있다"

우려가 됐다. 23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했다는 이 말을 듣고서다.

대우조선해양에는 현재 1만2000여명의 직영 직원과 3만여명에 달하는 외주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의 말은 바꿔 말하면 최소 절반이상, 2만명 이상의 고용이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 사장의 2개월 전 발언을 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그는 지난 3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까지 직영인력 2300명 정도가 정년퇴직하고, 외주인력도 1만명을 줄여 3만명 규모로 옥포조선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달 사이 그가 말한 감원 규모는 1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렇듯 수만명의 실업과 그에 따른 고통이 기정사실화 되자 여야 정치권도 앞다퉈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경영진 책임, 산업은행 불법 확인시 관련자 처벌 등이 주장됐다.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번 사태 원인의 한 축이 정치권에 있다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정부관료 출신, 산은 출신이 내려와 대우조선해양을 좌지우지 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임명된, 조선해양사업에 문외한인 인사들이 부실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이 책임있는 행동을 했다면, 그런 사람이 (사외이사로) 갔겠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거기 사외인사들이 누군지 아시죠"라고 기자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임자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만 정치적으로 논란은 충분히 벌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수만명의 고통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사장과 정치권의 안이한 상황판단이 안타깝다. 대량해고는 '크게 우려 할 부분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책임자 처벌은 '논란은 벌일 수 있다'는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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