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창업비자 1호'의 한국 창업 스토리

벨치얀 안드레(Belcijan, Andrej) 잡시커 대표/사진=잡시커 제공

2년 전 슬로베니아에서 온 벨치얀 안드레이(Belcijan, Andrej·27)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다 어려워 직접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여행비자를 갖고 있어 사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중소기업청이 처음으로 시행한 '외국인 기술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창업할 수 있는 창업비자를 발급 받은 첫 번째 외국인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고급기술을 보유한 외국인 인재를 국내 창업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핵심 지원 내용은 창업비자 발급이다. 중기청은 2013년 10월 법무부와의 협업을 통해 창업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창업비자를 발급 받으려면 학사 이상의 학위자, 지적재산권 보유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지적재산권이 없더라도 80시간 이상 창업교육 이수를 통해 해당 조건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수월하게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 중기청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창업비자를 발급 받은 외국인은 총 6명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University of Ljubiana)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그는 2013년 한국을 찾았다. 그 뒤 한국 유학생활을 하며 페이스북이나 대학교 취업지원센터 등을 통해 알음알음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취직이 어려웠다.

그러다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영국인 챈시몬(Simon Chan)과 함께 외국인을 위한 구인구직 플랫폼인 '잡시커'(jobsee.kr)를 직접 만들어 한국에서 창업에 나섰다.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창업하는 데 도전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 중 비자 문제가 가장 컸다. 챈시몬 공동대표가 거주자 비자를 취득해 법인 설립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는 외국인 신분이어서 매출이 발생했을 때 이익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어학 코스가 끝난 뒤에는 90일짜리 여행자 비자 갱신을 위해 외국에 나갔다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는 "창업비자를 취득했을 때 큰 안도감을 느꼈다"며 "처음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보니 참고할 사례가 없어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게다가 창업비자를 신청하고 3달 뒤 결과를 받았지만 반려됐었다. 다시 한 달이 더 지나고 올해 1월에 들어서야 겨우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인감도장을 만들 때 유럽식 발음으로 이름을 새겼다가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되는 등 매사가 도전적인 과제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는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스타트업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비자 문제는 외국에서 창업하는 데 겪어야 하는 하나의 장애물에 불과하다"며 "비자가 해결된 만큼 성공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정희 중기청 창업진흥과 주무관은 "외국인 기술창업 지원으로 인재유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