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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안성 사람 30여 명이 뜨거운 날씨에도 나들이를 나섰다. 성남으로 떠난 이들은 세 살배기 꼬맹이부터 50대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들의 수상한(?) 나들이에 기자가 따라나섰다. 그들은 왜 성남으로 향했을까.

이날 성남 나들이에 나선 안성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나들이의 주된 목표는 '선진지 견학'이었지만, 안성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대안 경제를 만들어나갈지를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였다.
▲ 안성사람들 이날 성남 나들이에 나선 안성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나들이의 주된 목표는 '선진지 견학'이었지만, 안성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대안 경제를 만들어나갈지를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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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사람들의 수상한(?) 나들이, 알고 보니...

이 나들이는 안성사회적경제협의회(아래 협의회)가 주최하고, 안성시 지역경제과가 지원한 행사였다. 협의회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 기업 등 사회경제활동의 다양한 주체들이 교류하는 모임으로, 지역사회 경제활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3년 3월 창립했다.

현재 협의회는 안성의료생협을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 7개, 마을 기업 3개, 각각 2개의 일반협동조합과 생활협동조합, 예비 사회적 기업 5개 등이 참여한다.

회원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경제를 말하지만 경제만을 추구하지 않는 그 무엇'을 추구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의 나들이는 소위 '대안 경제'를 꿈꾸는 사람들과 그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성남 사람들은 어떻게 그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 보러가는 나들이였다.

성남 시청 청사와 광장에서는 성남 시민 벼룩 시장과 경제적 한마당 행사가 한창이었다. 이 거리를 돌아보는 안성 사람들은 대안경제를 위한 그들의 길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 성남사회경제적한마당 성남 시청 청사와 광장에서는 성남 시민 벼룩 시장과 경제적 한마당 행사가 한창이었다. 이 거리를 돌아보는 안성 사람들은 대안경제를 위한 그들의 길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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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속도의 경제성장, 사회를 미치게 해

성남시청 광장에 도착한 안성 사람들의 눈앞에는 '벼룩 시장'을 열어가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성남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주최한 행사와 시민벼룩시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안성 사람들은 그 규모에도 입이 벌어졌지만, 시청과 시민단체가 힘을 합해 이런 큰 행사를 치르는 면모를 더 부러워했다.

나들이 참가자들은 성남시청 온누리홀을 향해 누군가를 만나러 이동했다. 주인공은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다. 그는 '돈보다 사람, 함께 사는 것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는 이날 행사의 기조이자 나들이의 목표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의 기적을 이뤘지만, 경제의 기쁨은 누리지 못하는 나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가 미친 속도로 고도성장을 했기 때문에, 사회가 제정신일 수 없다"라고 지금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돈보다 사람, 함께 사는 것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이제 경제는 '돈'만이 아니라 '사회'가 있어야 하고,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돈보다 사람, 함께 사는 것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이제 경제는 '돈'만이 아니라 '사회'가 있어야 하고,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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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이 오로지 돈밖에 없다는 학생이 42%였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하고 고립되는 사회"라며 "저소득층일수록 사회적 부끄러움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더 고립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또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가치를 너무 빨리 상품화했다"며, "(지금의 경제 문제는) 모든 가치 있는 일을 돈 되는 일로 만들어 버린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경제에는 돈만이 아니라 '사회'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 5가지 일·건강·인간관계·마음·돈 중 하나인 '돈'의 비중을 1/5로 되돌려 놓는 경제가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통해 안성과 성남의 사람들은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코리아 뮤직 소사이어티(Korea Music Society) 팀의 세미 클래식 공연은 '함께 사는 것의 즐거움'을 더했다.

성남사회적경제한마당  행사에서 김찬호 교수의 강의에 앞서 선보인 세미 클래식 공연은 안성사람들의 성남 나들이를 풍성하게 했다.
▲ 공연 성남사회적경제한마당 행사에서 김찬호 교수의 강의에 앞서 선보인 세미 클래식 공연은 안성사람들의 성남 나들이를 풍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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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사회 만들자

협의회는 올해 10~11월 중에 안성사회적경제한마당을 열 계획이다. 이날 나들이의 주된 목적은 먼저 행사를 치른 성남을 견학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이었다. 안성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돌아보고 힘을 얻는 마당이기도 했다.

안성 시청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들은 '돈보다 사람, 함께 사는 것의 즐거움'을 안성에서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함께 간 세 살배기 아이가 커서 누릴 세상은 적어도 '돈보다 사람, 함께 사는 것의 즐거움'이 제대로 실현될 세상이기를 한목소리로 바랐다.

이날 나들이에 모인 사람들은 지난 4월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사고를 기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사회를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은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려는 이날의 움직임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불처럼 번지기를 기원했다.

덧붙이는 글 | 안성사회적경제협의회에 회원사로서 함께 하는 업체는 안성의료생협, 생명농업지원센터, (주)피플그린, 아름다운가게 안성점, (주)현대에프앤비, 행복한 녹색재생, (주)무지개공방, 나눔이 행복한 두루사랑, 안성두레생협, 참아름희망마을협동조합, 협동조합 행복한 마을, 희망그린마을, 안성맞춤자활지원센터, 신계마을콩가공마이스터, 참살이사업단, 안성노인회 등이다.

평양통일예술단, 안성시약용식물실용화사업단, 두레푸드 영농조합법인, 창의나눔학교, 혜성일터(흙과 뜨락) 등은 비회원 사회경제조직으로서 협의회와 연대 중이다.



태그:#사회적경제, #대안경제, #사회적경제협의회, #세월호,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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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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