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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이라는 말이 낯뜨거운 누더기 선거법 개정안

입력 : 
2019-12-20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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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석패율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대상을 30석으로 한정하고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범여 군소정당의 제안에 부정적이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진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로, 중진급 낙선자를 구제할 수 있어 군소정당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석패율제 도입 시 군소 야당 후보가 끝까지 선거에 남아 여당 표를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석패율제 대신 당이 미리 정한 일부만 비례 후보로 올리는 이중등록제를 역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4+1 협의체가 당초 "표의 등가성 반영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연동형 비례제가 필요하다"고 해놓고, 속으로는 하나라도 더 많은 의석을 챙기기 위해 30석 연동률 상한선·석패율제·이중등록제를 선거법에 마구 넣어 볼썽사나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개혁이라는 말이 낯 뜨거울 정도다.

선거법 개정안이 이처럼 누더기로 전락한 데는 반대만 외치는 자유한국당도 문제지만 여당의 책임이 더 무겁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한국당은 외면한 채 군소 야당들의 요구에 계속 끌려다니기 때문이다. 석패율제 또한 여당이 최소한 수준에서 수용할 공산이 크다. 선거 게임의 룰을 제1야당을 제외한 채 법적 근거가 없는 4+1 협의체가 짬짜미로 통과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법조계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직접선거 원칙에 위배되고, 표의 등가성이 훼손돼 평등선거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반 국민은 이해조차 힘든 누더기 선거법을 '개혁'으로 포장해 강행 처리한다면 엄중한 국민적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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