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과 통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와의 '만남'을 제공해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읽고, 쓰고, 말하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책과 미디어정보에 접근·분석·평가·창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적인 생활 역량이 되었다.<에듀인뉴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유진 서울종암초등학교 사서교사
김유진 서울종암초등학교 사서교사

[에듀인뉴스] 2015 개정교육과정부터 시행된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국어교과에 ‘독서 단원’의 형태로 도입되었다.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양적독서에서 벗어나 깊이 있게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소통과 공감의 다양한 방법으로 나누는 질적 독서를 추구한다.

서울종암초등학교에서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사서교사가 독서토론인문교육 창체 수업을 진행하는데,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나누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과연 온라인 환경에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지난 몇 개월 동안의 수업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무엇을 읽을까?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가 수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도서선정 작업이 무척 중요하다.

올해 서울 초등사서선생님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주제로 책을 출간하며 연구했던 100여권의 책 중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들로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수업 특성상 책의 내용이 온라인상에 공개될 수 있는데, 당시 출판사들은 저작권 문제로 많이 조심스러워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선택하는 방법과 선정 과정을 읽기 전 활동으로 구성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던 기존의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출판사와의 협의를 통해 공개가 가능한 책들로 직접 교사가 그 대상을 좁혀나갔다.

3, 4학년은 가독성이 좋고 평생 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로 선정하였다.

5,6학년은 학교교육력제고 연구교원과 진로상담부장 업무를 담당하면서 느꼈던 진로독서의 교육적 효과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직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로 목록을 정리하였다.

출판사와의 협의로 수업용 공개가 가능한 책으로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은 책들은 기존과 같이 대면 수업으로 구성하였다.

온라인과 대면 수업으로 선정된 책 모두는 교육청 공모사업 학교자율운영제 목적사업비를 활용해 학생 수만큼 구입하였다.

e학습터 메인화면 캡처.
e학습터 메인화면 캡처.(사진=김유진 사서교사)

어디서 읽을까?

온라인 수업을 어떤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하는가의 문제이다. 선택된 플랫폼의 기능에 따라 수업의 형식과 개별적인 활동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처음 온라인 수업이 도입되었을 때에는 e학습터, 구글클래스룸, EBS온라인클래스 등 교사 개인별, 학년별, 학교별로 다양한 플랫폼이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공통의 학교 플랫폼을 선택하고 추가적인 기능 등을 접목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도 본교에서 활용 중인 e학습터를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플랫폼에는 학년별-과목별-단원별로 자체 제작된 수업 영상이 있어 독서 단원의 관련 영상을 참고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영상 캡처.(사진=김유진 사서교사)
온라인 수업영상 캡처.(사진=김유진 사서교사)

어떻게 읽을까?

읽는 방법의 선택은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수업을 계획했던 초기에는, 초등학생이라는 학령과 여러 가지 제반 여건 상 온라인 실시간 방식을 선택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차선으로 수업영상을 제작해 e학습터에 탑재하면 학생들이 시청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다.

평소 문해 능력이 완전하게 자리 잡지 않은 초등학생에게는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의 효과를 강조하고 대면 수업 때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는데,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 아닌 제작되는 영상에서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가 큰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낭독 효과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참고 영상을 보여주고, 책의 일부를 교사 혼자 예시로 읽고 나머지는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과제형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도입 목적인 책을 깊이 있게 온전히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참여 방법이 필요했다.

또한 함께 읽는 과정 중에 경험하게 되는 무언어적인 분위기와 정서적인 교류 역시 제한적이나마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교사가 한 문장을 읽으면 학생이 그 다음 문장을 읽을 수 있도록 그 시간만큼 공백을 두는 것이다.

실제 영상을 제작할 때는 학생 순서에서 마이크를 끄고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차를 둘 수 있도록 하였다.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미리 그룹별로 학생들이 직접 오디오북처럼 녹음해 활용한다면 수업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학습터 내의 쪽지를 활용한 의사소통.(사진=김유진 교사)
e학습터 내의 쪽지를 활용한 의사소통.(사진=김유진 교사)

무엇을 나눌까?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읽기 후 활동은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그 영역이 훨씬 더 확장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수업의 참여도와 집중도 하락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도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한 학기동안 고민하면서 실시하고 또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온라인을 활용한 활동들을 소개하자면 가장 먼저 온라인 학급의 개설이다.

초등의 경우 담임교사가 아니라면 온라인상의 의사소통은 거의 없었는데, 플랫폼에 온라인 학급을 개설하면 쪽지 등을 활용해 가장 간단한 피드백이 가능하다.

또 읽은 내용을 퀴즈형식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확인할 수 있고, 직접 학생들이 낸 문제를 취합해 독서골든벨 등으로 출제할 수도 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한 토론활동은 패들렛 등을 이용해 주어진 논제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고,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평가까지 가능하다.

구글 설문을 활용한 퀴즈활동.(사진=김유진 사서교사)
구글 설문을 활용한 퀴즈활동.(사진=김유진 사서교사)

또 설문과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학생들 스스로 논제를 작성하고 선택할 수 있어 서울형토론모형의 온라인상 구현도 가능할 것 같다.

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검색한 이미지 등을 활용한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표현, 간단한 드로잉이나 음악 제작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분야 독서활동, 책 내용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고 게시하는 미디어 정보활동에 이르기까지 읽기 후 활동의 확장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은 새로운 교육 비전 제시 길잡이

부족하지만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계획하고 실행했던 건, 2018년도부터 도입되면서 교육적 의미가 주목받기 시작한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이 급변하는 수업환경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횟수를 거듭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이 또 다른 새로운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면수업을 통해 학교현장에서 축적된 독서교육의 노하우가 온라인 환경에서는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지 이제 막 시작된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내일의 교육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