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진화…무용·연극·전자음악 넘나들며 실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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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스웨덴 EBU민속음악축제에 참가하는 ‘공명’.

물리적인 퓨전 넘어 장르간 협업 새 바람에 관객 몰려

젊은 그룹 '공명' '잠비나이' 등 해외 러브콜도 잇따라


지난달 31일 충북 충주 앙성면 영죽리 선재마을. 제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300여명이 모였다. 아쟁, 가야금, 장구, 피아노, 판소리로 이뤄진 전통음악 그룹 앙상블시나위의 ‘선재음악회’를 보기 위해서다. 앙상블시나위가 7년째 열고 있는 이 공연 관람권은 입소문만으로 한 달 전에 매진된다.

그간 연극, 무용, 클래식 등 여러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국악의 지평을 넓혀온 앙상블시나위는 이날 공연에서 재일동포 음악인 하쿠에이 김, 민영치 등을 초대해 협연했다. 엘레오스 합창단과도 화음을 만들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리더 신현식 씨는 “선재음악회 10주년쯤에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열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5~29일 영국 글래스톤베리축제에 참가하는 국악그룹 ‘잠비나이’.

국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기존 전통음악에 한계를 느낀 젊은 국악그룹이 있다. ‘공명’ ‘잠비나이’ ‘불세출’ ‘숨’ 등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창작음악을 만드는 이들 팀은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젊은 국악그룹의 공통점은 전통음악 실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음악을 만든다는 것.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 관계자와 관객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1997년 결성된 공명은 이들 젊은 국악그룹 중 맏형 격이다. 박승원 송경근 강선일 임용주 등 추계예술대 국악과 출신으로 이루어진 4인조 그룹으로, 직접 개발한 대나무 악기 공명을 이용해 다양한 음악을 만든다. 공명의 1집 음반은 국악 음반으론 이례적으로 1만장 넘게 팔렸다.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슈의 작품에도 이들의 음악이 사용됐다. 월드뮤직엑스포인 ‘워멕스’와 세계 음악마켓 ‘미뎀’ 쇼케이스에 한국팀 최초로 참가해 무대를 꾸몄다. 국악의 현대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잠비나이는 오는 25~29일 영국의 역사적인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01학번 동기생인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으로 구성된 이 팀은 해금, 피리, 거문고와 일렉트로닉을 융합한 독특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잠비나이는 다음달 29일까지 북유럽 최대 록 페스티벌인 ‘덴마크 로스킬데’, 세르비아의 ‘엑시트’, 포르투갈 월드뮤직 페스티벌인 ‘FMM’ 등 유럽과 미국을 돌며 14개국에서 25회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남성 8인조 불세출과 여성 2인조 숨 역시 실력파 국악그룹으로 꼽힌다. 김용하(해금), 최덕렬(작곡·기타), 전우석(거문고), 이준(가야금), 박계전(피리·생황), 배정찬(장구·소리), 김진욱(대금), 박제헌(아쟁)이 만드는 불세출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국악의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가야금의 서정민, 피리·생황의 박지하로 구성된 듀오 숨은 지난해 스페인, 헝가리, 터키 등을 돌며 순회 공연을 펼쳐 호응을 얻었고, ‘2014 워멕스’의 공식 쇼케이스에 초청받았다.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는 인기 요인에 대해 “공명, 잠비나이 등 국악그룹은 전통음악을 똑같이 모방해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토대로 지금 이 시대의 정신을 담아 국악을 화학적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나위 리더 신현식 씨는 “관객에게 ‘우리 것은 소중하다’고 강요하는 대신 지금 이 시대를 담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으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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