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회는 팽개치고선 ‘반론 간담회’ 쇼 벌인 한국당

2019.09.03 20:46 입력 2019.09.03 20:48 수정

자유한국당이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반박하기 위해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 간담회’라는 걸 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여한 간담회는 조 후보자가 전날 해명한 내용에 대한 ‘팩트 체크’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가 일방 해명을 위한 ‘국회 능멸 콘서트’라며, 같은 장소에서 반론 간담회를 개최했다. TV 중계로 ‘조국 간담회’를 구경하는 신세였던 한국당은 반론권을 보장해달라며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이날 ‘반론 간담회’도 생중계됐다. 후보자 없이 자기들끼리 진행한 간담회에서 반론은커녕 일말의 검증 효과를 못 낸 건 예견된 결말이다. 박지원 의원의 말을 빌리면, “버스 지나니 손 흔드는” 꼴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우회해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그것도 국회에서 강행한 것은 전후 원인을 따지기 앞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회 기능을 무력화한 측면이 있다. 특히 앞으로 악용될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회 능멸’이니 하며 초법과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여당의 전례 없는 기자간담회 개최가 나름 명분을 얻게 된 직접적 계기는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으로 활용해 무산시킨 탓이다. 한국당은 끊임없이 인사청문회 발목을 잡아왔다. 관례상 하루였던 청문회를 3일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이 정한 시한을 넘겨서 하자고도 했다. 어렵게 청문회를 9월2~3일 개최하기로 합의한 뒤에는 조 후보자 가족이 무더기로 포함된 87명에 달하는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증인 문제로 사실상 청문회가 무산되자 뒤늦게 가족 증인을 포기하겠다며 청문회 일정을 다시 뒤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어떻게든 청문회를 순연시키면서 ‘조국 정국’을 추석 밥상에 올리려는 정략으로 일관했다. 오죽하면 “명분도 실리도 잃은 전략의 실패”라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 나올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대로면 청문회 없이 국무위원이 임명되는 문재인 정부의 첫 사례가 된다. 시민들은 소중한 청문 기회를 잃었다. 당리당략으로 청문회를 무산시켜 놓고선 여당은 유례없는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밀어붙이고, 한국당은 ‘반론 간담회’라는 희한한 쇼를 벌였다. 2019년 대한민국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