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의 ‘김기현 수사’ 개입 정황, 진실 철저히 규명돼야

2019.11.27 20:49 입력 2019.11.27 20:51 수정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과 친·인척, 핵심 측근 등에 대한 ‘지난해 경찰 수사’가 청와대 첩보로 시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이다. 당장 정치권 등에서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수사는 6·13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경찰로부터 수사를 이첩받은 검찰은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주목되는 점은 경찰 수사 와중에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 김 전 시장은 낙선하고,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사실이다. 송 시장은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알고 지낸 사이다. 첩보를 경찰에 넘긴 당시 민정수석실의 최고 책임자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은 한때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지냈다. 한국당 등은 청와대가 경찰에 첩보를 건넨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처리라고 해명했다. 민정수석실이 공직자 비리 첩보를 수집한 뒤 수사의뢰하는 것은 통상의 업무다. 문제는 김 전 시장이 그 대상인가 하는 점이다. 대상이 아니라면 민정수석실의 행위는 직권남용이 된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전 시장은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1항이 규정한 감찰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7항을 보면 감찰업무의 원칙 및 절차, 업무수행 기준 등을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수시로 접수되는 민원·제보들 중 감찰대상이 아니면 ‘별도 판단’ 없이 관련 부서·기관으로 보낸다고 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이날 “첩보의 출처가 어디든 경찰 자체 판단을 한 뒤 수사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찰 수사의 시기와 선거 결과를 보면 의심의 여지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경찰로서는 청와대가 야당 후보의 비위 첩보를 넘겨준 것을 “수사를 하라”는 지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수시로 수사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도 있다. 지방선거 와중에 청와대 첩보로 야당 후보가 수사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청와대는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다. 첩보를 건네는 과정부터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다. 검찰도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하길 바란다. 검찰은 또한 고발이 있은 지 20개월이 지나서야 본격 수사에 나선 경위도 밝혀야 한다. 이 부분이 소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급작스럽게 이번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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