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 인접도로 개설로 매연·먼지 ‘고사 위기’

글·사진 박태우 기자

천혜의 자연유산 방치…측백나무 수백 그루 감소

시민단체 도로 개설 반대…대구시 “설계변경 협의”

“도로가 또 개설되면 측백나무숲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죠.”

지난 18일 오후 대구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 입구. 이 마을 측백나무숲보존협의회 김지훈 사무국장(47)은 “천혜의 자연유산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 팔공산IC에서 빠져나와 동쪽으로 7~8분 달리면 오른쪽 산 절벽에 거대한 ‘녹색더미’가 나타난다. 높이 100m, 너비 600m에 걸쳐 있는 이 녹색더미(3만5000여㎡)가 천연기념물 제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다. 깎아지른 절벽의 바위 틈새에 측백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곳에 측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이곳은 식물·지리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 보존협의회 김지훈 사무국장이 지난 18일 측백나무숲 앞에서 보존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 보존협의회 김지훈 사무국장이 지난 18일 측백나무숲 앞에서 보존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숲 주변에 잇따라 생긴 도로에서 매연과 먼지가 발생해 숲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 2003년 건설된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숲에서 140m 떨어진 지점을 지난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숲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면서 노선 변경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이후 숲은 매연 등에 노출되면서 상당수가 고사됐다. 이 숲의 측백나무 개체수는 2003년 1156그루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문화재청 조사결과 700여그루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숲이 훼손됨에 따라 대구 동구청은 연말까지 개체수를 재조사키로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3월부터 숲 인근을 지나는 대구 4차 순환선(34.5㎞, 왕복4차로) 개설에 나섰다. 이 숲 인근이 포함된 4차 순환선 6공구 구간(파군재 삼거리~둔산동 4.6㎞)은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급기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7일 ‘측백나무숲 지키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도로 건설 반대에 나섰다. 대구시와 도로공사는 당초 숲에서 520m 떨어진 곳에 순환선 터널을 건설키로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013년 말 숲과 280m 떨어진 곳으로 순환선 설계를 변경했다. 애초의 구간은 곡선화로 교통안전이 우려되고 300억원이 추가로 든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종원 계명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퇴적암에 서식하는 측백나무는 수천만년 전부터 이어져 오는 유존식생”이라면서 “자연에 서식하는 측백나무는 매연 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인접한 도로 개설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사비가 추가되더라도 숲 구간은 가급적 훼손되지 않도록 도로공사, 국토교통부 등과 설계변경을 다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