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법” 이헌 부위원장의 어이없는 사퇴사

고영득 기자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여당 추천위원으로 반년간 활동해온 이헌 부위원장(55)이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여당 추천위원 전원이 잇따라 사퇴하거나 활동을 중단하면서 남은 진상규명 작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부에서는 참사 2주기(4·16)와 맞물리는 4·13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 제기를 우려해 사전에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더 버틸 여력도, 명분도 없다”며 “15일 전원위원회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이 특조위 운영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며 물러난 뒤 후임에 임명됐다.

이 부위원장은 “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절벽으로 변해버린 운동장’ 앞에 무기력하게 놓여 있는 상황” “명분도 없이 직무를 유지하는 것은 세금도둑이나 다름없고 직무유기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하는 등 격한 어조로 사퇴의 변을 밝혔다. 특조위 창설 근거가 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해 만든 근본적으로 잘못된 법”이라며 “특조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해산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부위원장이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예산유용 혐의로 이석태 특조위원장에 대한 부패신고를 접수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그는 “청사 입주 당시 이뤄진 수의계약 경위 등을 납득할 수 없다. 부당한 예산집행 가능성과 위원장 측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원장을 포함해 예산집행 직원들을 조사대상자로 하는 부패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부위원장은 ‘하극상과 인격살인’을 사퇴의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특조위 운영지원과장 등이 상관인 자신의 뒷조사를 했고, 언론을 이용해 ‘사이코’라고 하거나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다는 식의 거짓말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취임 초 “여한 없는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18일 “이석태 특조위원장의 사조직화 등으로 특정세력에 장악돼 정치기관화됐다”고 말하는 등 줄곧 ‘내부의 적’을 향해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반쪽 특조위가 된 것은 위원장 쪽에서 자초한 일”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부위원장의 사퇴로 17명의 위원 가운데 여당 추천위원 5명 모두 회의에 불참하게 됐다. 석동현·황전원 위원은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말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차기환 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려는 데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겸직 중인 고영주 위원 역시 특조위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활동하는 여당 추천위원이 아무도 없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예산 책정과 조사활동이 지체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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