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도한 북·미 정상회담 비판론을 경계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론이 제기된다. 공동성명에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방적으로 김정은에 놀아난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침에 대한 안보 우려도 나온다.

공동성명이 기대치를 밑도는 것은 맞다. 전문의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과 3번째 합의 사항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확약’은 포괄적이다. 미국이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여타 정상회담과 성격이 다르다. 70년간 적대해온 두 나라의 정상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것만도 평가받을 일이다. 공동성명에 못 박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후속조치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것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엔진 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도 미국의 신뢰 구축 조치에 상응하는 “선의의 조치”를 취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회담의 성패를 단정지을 때가 아닌 것이다.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단순한 핵폐기를 넘어 관계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북핵 문제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므로 이를 해소하지 않고 핵만 폐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적대관계가 계속되는 한 언제든 핵개발의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및 북·미 수교를 추구하기로 한 것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꾀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평화를 위한 여정에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더구나 북한은 벌써 6개월째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오고 있다. 한·미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연합군사훈련을 일시 유예하지 않았는가. 안보 측면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모처럼 마련된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구축 작업의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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