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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양가상한 핀셋규제, 풍선효과·공급위축 어쩔 건가

입력 : 
2019-11-07 00:01:01
수정 : 
2019-11-07 0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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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영등포구 등 서울 27개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강남4구는 45개동 가운데 22개동이 타깃이 됐고, 용산구에서는 최근 과열 수주전이 벌어진 한남·보광동(한남 3구역), 영등포구에서는 여의도동이 적용된다. 반시장적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5년 4월 중단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4년7개월 만에 부활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끌어내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상한제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주택시장을 왜곡시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급 위축이다. 재건축사업이 많은 강남4구가 집중 표적이 됨에 따라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겠지만 재건축사업 중단으로 인한 공급 위축은 수년 후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강남권에 '로또 아파트'가 속출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강남보금자리주택 등 과거에 분양한 '반값 아파트'들은 주변만큼 뛰어오른 전례가 있다. 결국 당첨자에게만 시세차익이 돌아가게 돼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급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상지역을 동(洞) 단위로 '핀셋 지정'했다고 한다. 고분양가 책정 우려가 있는 곳만 정밀타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 곳들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한 지난 7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4개월 연속 상승했으니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대상에서 제외된 곳에서 집값 상승 조짐이 있을 경우 상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 불안이 재현될 때마다 '두더지 잡기'식으로 타격하다가는 서울 전역이 대상지가 될지도 모른다.

분양가를 잡는다고 집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무려 16번이나 나왔지만 집값은 잠시 주춤했다가 튀어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무조건 억누르기보다는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부분으로 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등 복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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