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노조 경영’ 삼성전자에 마침내 노조 깃발 올라갔다

2019.11.17 20:57 입력 2019.11.17 22:34 수정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철칙처럼 지켜왔다. 그러나 이제 삼성은 이를 폐기해야 할 것 같다. 삼성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 노조가 결성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전자 노조)이 지난 16일 공식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50년 역사를 지닌 삼성전자에 첫 노조 설립이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자 굴지의 글로벌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성공 배경에는 백혈병 피해 사망자 황유미씨 같은 노동자들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조합 결성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노동자들은 단결권·단체교섭권 등의 권리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구미지부노조 등 노동조합 3곳이 결성됐지만 조합원 수가 각각 30명도 안되는 데다 상급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아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한국 노총 산하에 전국 단위로 출발한 삼성전자 노조가 사실상 첫 노조이자 대표노조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뿐 아니라 노동계에 미치는 의미와 영향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원은 현재 5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10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노동자 수를 감안하면 극히 적다. 노조는 18일 삼성전자 전국 사업장에서 조합원 1만명 확보를 목표로 조직 확대에 나선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노사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진윤석 초대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소통과 설득이 없는 사내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출범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기업문화가 한층 성숙해지길 바란다.

삼성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어야 처우나 환경에서 더 좋은 조건을 보장한다며 ‘무노조 경영’을 선전해왔다. 그러나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노조 설립을 막는 ‘반(反)노조 경영’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노동조합 결성과 단체교섭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다. 노조는 노동자의 복지 향상뿐 아니라 노동 의욕도 높여줄 것이므로 결국 사측에도 이익이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노조를 교섭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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